퀴어 여성이 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 열쇠는내 욕망 알기

<빛나는 인생> 피움톡톡

 의정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 노년 여성의 삶을 다룬 제13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도나의 사랑>, <빛나는 인생>의 상영 이후 진행된 피움톡톡의 주제다. 106CGV아트하우스 압구정에서 <할배의 탄생>, <삶을 똑바로 마주하고>를 쓴 최현숙 작가와 여성인권영화제 프로그램팀 활동가 정이 여성, 성소수자의 노후에 대한 빈곤한 상상력을 넘어서라는 화두를 던지고 관객과 대화했다.

행복한 노년을 꿈꾸는 관객들에게, 최 작가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 이성애중심주의, 가족중심주의 등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을 벗어나 생각하는 것의 중요성이 거듭 강조됐다. 자신의 욕망을 아는 것이어떤 연애를 할 것인가’, ‘얼마만큼의 돈을 벌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등 나이 드는 법을 결정해 나가는 열쇠였다.

한국에 레즈비언 왕국을 건설하는 법

관객들은 첫 번째로 <빛나는 인생>에서의 레즈비언 공동체가 한국에서도 가능할지 물었다. 최 작가는 주변에서 레즈비언 요양원 운영을 꿈꾸는 분을 여럿 봤다“30인 이하 노인들이 같이 사는 공동체를 지향한다면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런 제도를 통해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활동가는 국가 제도에 침범해 레즈비언 왕국을 건설할 수도 있겠다고 말하며 관객과 함께 웃었다. 최 작가는 성소수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세력화가 중요하다국가가 청년, 노인, 여성을 상대로 공공주택을 지급하는 등 여러 지원제도를 마련하는데, 이것을 레즈비언 공동체의 시작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성소수자의 연애·결, ‘정상범위에 편입되지 않아도 괜찮아

최 작가는 이성애 중심, 가족 중심 제도 탓에 성소수자로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지만, 그 제도 속으로의 편입을 요구하기에 앞서 제도 자체를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작가는 사회가 말하는 정상으로 인정을 받고자 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결혼제도에서 벗어난 삶이 훨씬 자유롭고 행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 활동가는 “<빛나는 인생>에서 24년 결혼생활은 아직 애송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듯, 오래 만나고 친밀함을 깊게 나눠야만 한다는 인식이 있다. 이게 자기 욕망이 맞는지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짚었다. 최 작가는 관계가 오래돼야 좋은 거고, ‘원나잇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에는 사회의 정상 이데올로기가 들어있다며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의심해봐야 한다고 했다.

 

귀농해서 공동체를 꾸린다면 어떨까

<빛나는 인생>에서 여성 공동체를 만드는 데 구심점 역할을 했던 샐리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농촌 지역을 여성의 땅으로 택했다. 관객들은 귀농해서 공동체를 꾸리는 것의 장단점이 무엇일지 궁금해했다. 최 작가는 농촌이 무너지는 걸 막기 위해 정부가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시골의 삶을 좋아한다면 지금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최 작가는 신자유주의적 삶에서 벗어나고 싶을 땐 농촌으로 가는 것이 제격이라면서도, “문화적 혜택, 의료시설에의 접근성을 포기하기 어렵다면 도시에서 공동체적 삶을 꾸려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농촌의 폐쇄성, ‘텃세가 걱정된다면

한 관객은 여성들이나, 다른 소수자들이 도시에 살고자 하는 덴 이유가 있는 것 같다농촌의 폐쇄성이 두렵기도 하고, 그 지역 문화에 어떻게 적응할지 상상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최 작가는 농촌 적응의 어려움으로 텃세가 꼽히는 데 대해, ‘텃세가 맞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농촌인들이 거부성이 강하다고 하지만 도시에서 온 젊은이들의 선입견이 강한 측면도 있다며 처음 농촌의 문화를 접했을 때 불편할 수도 있지만, ‘농촌 사람들은 이렇다’, ‘노인들은 이렇다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 것을 권했다. 활동가 정은 “<빛나는 인생>에선 서로 섞여 살며 일어나는 변화를 사랑이라고 말하더라. 그것을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최 작가는 먼저 좋은 관계를 만들고 난 뒤에 불편한 지점을 얘기하며 타협해 갈 수 있다우리가 농촌에 가서 살려면 그들의 삶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 그들의 문화와 방식을 존중하는 태도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청년세대와 노년세대의 한 마을 공동체’, 가능할까

노인들과 청년이 함께 사는 마을을 꿈꾼다는 관객이 손을 들어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물었다. 최 작가는 가능하다고 답하며 신자유주의 사회가 청년세대와 노인세대가 함께 살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젊은 층은 일터로 몰아넣고, 노인들은 요양원에 몰아넣는다며 노인들이 요양원에 수용되지 않고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최 작가는 일본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일본의 한 농촌마을에 요양시설을 만들고, 주변에 유치원, 시장, 학교와 산업을 유치했더니 노인, 아이와 함께 사는 가구들이 입주했다며 이러한 공존이 가능하려면 신자유주의의 효율성 개념을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최 작가는 노인을 부담되는 존재로만 보고 요양원으로 내쫓을 생각만 하지 말고, 지역사회 안에서 노인들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늙는 건 별개 아냐늙음에 대한 혐오와 배제가 문제

정 활동가는 내 몸도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이 사회도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 내가 하는 노후대비란 칼슘영양제 먹는 것밖에 없다며 노년에 대한 두려움을 털어놨다. 최 작가는 늙는 건 별게 아니다. 그냥 하루하루 무릎이 조금씩 안 좋아지는 것일 뿐이라며 웃었다. “어떤 능력은 퇴화되고 어떤 능력은 확장되니까 집중할 것을 선택해 살아가면 된다고 말하며 나는 기억력과 순발력은 떨어졌지만 통찰력이 발달하고 있다. 글 쓰는 데 그것을 활용해 살아간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늙으니까 소변이 자주 마렵다. 아까 영화 상영 중간에 화장실을 다녀왔다창피해하지 않고 필요한 것을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노화를 겪는 몸이 젊은이의 속도에 안 맞는다고 불편해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나답게살기 위한 물질적 조건

최 작가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노년을 잘 보내는데 필요한 건 결국 돈이 아닐까 생각한다나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물질이 어느 정도인지 생각하고,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 정도는 살아야 멋진 삶이라고 신자유주의 사회가 주입한 욕망인지, 내 욕망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작가는 사람을 만나고, 글을 쓰며 관점을 세상과 나누는 일이 최 작가답게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그것을 위한 물질이 충족되면 된다고 말했다. “작은 원룸에 사는데 청소할 일이 없어서 좋다. 나한테 필요한 조건은 그 정도인 거다. 해외여행 같은 것엔 욕망이 없다.”

 

어떻게 죽고 싶은지 알아야 나이 드는 법도 알게 된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도 이날의 중요한 화두였다. 최 작가는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보며 어디까지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노년은 남의 돌봄을 받으면서도 독립성, 주체성,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그 선이 어디까지인지 각자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작가는 내 마지막을 정하고 나니 무엇을 추구하며 살지 더 명확해졌다며 나이 드는 것을 고민하는 과정에는 어떻게 죽을지를 결정하는 일도 포함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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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 여성인권영화제 '이제 멈출 수는 없어' 2019년 10월 2일(수)~10월 6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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