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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에서 시작하는 페미니즘 운동

고백에서 시작하는 페미니즘 운동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폐막 은연지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메갈리아에서, 그리고 강남역에서 발생한 여성살해 사건에 대해서 수많은 여성들의 고백이 터져 나왔다. 고민들을 숨겨놓을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이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여성들은 서로의 고백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분노했으며, 결집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여성혐오의 정서가 만연한 한국사회를 바꾸기 위해 나도 그 운동에 동참하고 싶었다. 나에게 이번 피움 영화제에서 활동하는 것은 그 고백의 연장선이었다. 수많은 여성들의 ‘단순한 고백’이 영화제의 스크린에 펼쳐졌다. 나는 영화제의 관객으로서, 영화의 함의를 가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피움뷰어로서, 그리고 고백을 시도하는 한 여성으로서 영화제에 참여했다. 영화 속 인물..

피움뉴스 2016.11.08

침묵을 뚫는 생존자들의 목소리

침묵을 뚫는 생존자들의 목소리 은연지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아내폭력에 관한 통념에 조용히 반기를 들다 1993년 UN이 제정한 ‘여성폭력철폐선언’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이하 여성폭력)을 “공적인 또는 사적인 생활 속에서 일어난 협박, 강요, 임의적인 자유의 박탈을 포함하여 여성에 대한 신체적·성적·심리적 해악이나 고통을 유발하는 또는 유발할 수 있는, 젠더를 기반으로 한 폭력 행위”라 정의한다. 이에 따르면 가정에서 여성 배우자에게 행사하는 폭력 또한 여성폭력에 포함된다. 그러나 사회는 ‘가정은 공적 개입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는 이유로 아내폭력을 방관해왔다. 피해자들 또한 가정의 유지를 위해 폭력을 감내해야 한다는 생각을 체화했다. 방관과 강요된 침묵 속에서 아내폭력은 오랜 기간 계속됐다. 일..

피움뷰어 2016.11.08

그 평화는 가짜다

그 평화는 가짜다 이소연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평화는 누구의 언어인가? 나는 불과 이틀 전까지 동네에 있는 PC방에서 알바노동을 했다. 내가 들어오기 전에 일했던 친구는 야간에 PC방에서 일하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그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꿀을 빤다는 것이다. 실제로 야간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하는 일은 딱히 없었다. 10시 이후에는 라면도 끓이지 않을뿐더러 자정 넘어서부터는 손님도 적어 한산했다. 고난은 예상하지 못한 일에서 시작됐다. 손님들이 툭툭 던지는 말과 눈빛에 나의 일터는 성폭력의 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귓속말로 “향수 뭐 써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머리 왜 묶었어요? 나는 푸르는 게 좋던데.”라고 외모 지적을 하는 사람까지, 심지어 엊그제에는 취객이 PC방에 들어와..

피움뷰어 2016.11.03

그녀들은 오늘도 페달을 밟는다

그녀들은 오늘도 페달을 밟는다 나현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폭력적이다. 정신 차리세요, 모든 남자가 해롭진 않아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꼭 여성혐오에 대항하기 시작한 한국 여성들에게 쏟아진 반응 같다. 지구 반대편도 다를 바 없다. ‘난소 싸이코단’은 미국 엘에이를 중심으로 조직된 유색인종 여성 자전거부대다. 불안정한, 트라우마가 있는, 버림받은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함께 자전거를 탄다. 떼를 지어 거리를 점령하고 때로는 소리도 지른다. 처녀막 찢기, 가정폭력근절 주행 등 다양한 모임을 갖는다. 이런 그들을 주요 언론과 SNS 댓글들은 폭력적인 집단으로 묘사했다. 무엇이 진짜 폭력인가 그녀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과연 폭력일까. 그것은 표면적인 기술에 불과하다. 그들이..

피움뷰어 2016.11.02

사회를 바꾸는 여성의 연대

사회를 바꾸는 여성의 연대네 명의 레즈비언 정치인이 일궈낸 변화 이소연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나의 자궁은 나의 것이다! 낙태죄를 폐기하라!” 여성의 임신중절권리를 외치는 목소리가 보신각에 울려 퍼졌던 10월 15일 토요일,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는 네 명의 레즈비언 정치인이 일궈낸 변화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이 상영됐다. 그 어느 때보다 여성의 외침과 몸짓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는 요즘,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꿔나가는지 눈여겨보자. 사회를 바꾸는 여성의 연대난공불락일 것만 같았던 미국 사회가 “사랑은 사랑일 뿐”이라고 말하기까지, 티끌들의 투쟁이 있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은 네 명의 레즈비언 정치인이 일궈낸 투쟁의 역사를 기록했다. 변화는 1994년, 레즈비언 ‘실라 쿠..

피움톡톡 2016.11.02

단순하게, 진심으로

단순하게, 진심으로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를 돌아보며 나현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단순하게, 진심으로때는 2006년. 영화제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 전혀 없던 사람들이 모여 여성인권영화제를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여성폭력 없는 성평등한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단순한 진심’ 그 하나만을 가지고. 그 무모한 도전은 결국 용감한 여정이 되었다. 2006년 제1회로 시작한 여성인권영화제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2009년 한 회 진행되지 못하기도 하였으나 2016년 드디어 제10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타 영화제에 비하면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여성인권영화제는 그간 꾸준히 내실을 다져왔다. 출품작의 제작국가도 다양해졌으며 다변화된 부대 행사들이 꾸준히 진행되어왔고 관객 수도 제1회 대비 약 2배가량 늘었다. ‘단순하게, 진심..

피움뉴스 2016.10.31

우리에겐 폭력에 대한 언어가 필요하다

우리에겐 폭력에 대한 언어가 필요하다 〈햇살 쏟아지던 날〉 〈달팽이〉 〈십 분간 휴식〉 원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10월 15일 일요일, 서둘러 영화를 취재하러 가는 길 영화제 폐막식을 앞둔 아쉬운 때문인지 비가 발길을 따라오는 것 같은 기분으로 극장에 도착했다. 이날 상영된 세 편의 영화: 유영대 감독의 〈햇살 쏟아지던 날〉과 진성민 감독의 〈달팽이〉, 이성태 감독의 〈십 분간 휴식〉은 지난 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작품으로 이번 영화제에서 프로그래머들의 의도를 담아 '한남은 어떻게 태어나는가'라는 주제로 기획된 앙코르 상영전이었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유년기와 학창시절, 군 생활− 세 단계로 나뉘는 한국 남성들의 성장과정, 한남의 발생지를 유추해보는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피움톡톡 2016.10.28

좀 더 나은 세상을 보여주려는 노력

좀 더 나은 세상을 보여주려는 노력 원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세 편의 영화에서 눈여겨 볼 것은 그녀들의 빛나는 의지다. "의지라는 것은 여러 개라도 좋고 하나라도 아예 없어도 좋다 (박판식, )"는 의미에서 빛난다. 다리를 잃을 뻔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앞지르려는 두려움에 맞서는 요한나, 곤돌라 사공이 되고 싶은 베네치아 소녀 카를라와 인생을 That's so good의 자세로 살아가는 체코의 흥부자 할머니들의 무용단 호르니 르호타. 한 여자가 새하얀 눈밭을 걸어와 톱질을 하고 얼음 위에 문을 만든다. 문고리가 없는, 심연 같은, 어떤 미지의 세계로 통하는 길을 열어놓은 것 같은 문. 그녀의 두려움은 문을 통과하기 전 무뚝뚝한 표정의 문지기 같다. 그러나 요한나는 망설임 없이 얼음 아래로 떨어진..

피움뷰어 2016.10.26

영화제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다

FIWOM PEOPLE유연 여성인권영화제 홍보팀 김소영 여성인권영화제 기자단 여성인권영화제. 이제는 안다면 아는 사람들도 꽤 있을 정도로 그 입지가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 그 시작을 열고 지금까지 유지해 온 사람들이 있다. 최장기간 여성인권영화제 담당자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홍보팀 유연을 만나보았다. 영화제를 해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시작했을지, 이들이 바라본 여성인권영화제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궁금하다. Q.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까지 오면서 느낀 변화가 있나?하나는 관객층의 다양성이다. 성별, 연령, 직업 등에 상관없이 다양한 관객이 영화제를 찾아주신다. 또 상영 영화들의 주제도 여성인권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해졌다. 영화를 본 관객이 영화의 이야기와 자신의 경험이 맞닿아 있다고 ..

피움뉴스 2016.10.15

여성운동가 47,000명이 모이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여성운동가 47,000명이 모이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김하영 페미디아 섹션의 리뷰를 쓴 여성주의 정보생산자조합 페미디아는, 여성과 여성주의 여성운동에 관련된 외신을 번역하고, 국내/외 연구를 소개하며, 여성주의적 시선의 비평을 싣는 온라인 여성주의 매체입니다. 1995년 베이징에서 열린 제 4차 세계여성회의(이후 베이징회의)는 세계적인 차원에서 여성 인권을 신장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여겨지는 사건이다. 여성차별에 대해 반대하는 성명서와 구체적인 행동강령에 189개 국가가 서명함으로써 여성인권신장에 대한 국제적 동의를 끌어낸 것도 성과지만 전세계의 여성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 사건이라는 의의도 있다. 는 옛날 이야기 내지는 전설처럼 느껴지는 베이징회의 당사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의 열기를..

피움뷰어 2016.10.15

일상의 연단에서 외침을

일상의 연단에서 외침을 이소연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여성의 일상 곳곳에 억압이 있다. 매일 차고 다니는 브래지어가 대표적이다. 가슴이 쳐지면 어때? 젖꼭지가 보이면 어때? 늘 고민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나의 작은 가슴을 들여다볼까, 드러난 젖꼭지를 헐뜯을까 두려워 ‘노브라’로 외출한 적은 없다. 집에서라도 마음 편히 노브라로 지내면 좋으련만 아빠와 함께 살고 있어 노출이 익숙하지 않다. 오히려 내 몸이 브래지어에 익숙해져 버렸다. 언제쯤 내 몸에 자유가 찾아올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 은 변화란 바로 나 자신의 외침과 행동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말한다. 티끌이 모여 태산을 이루듯 작은 외침이 모여 커다란 변화를 만든다. 은 티끌들의 투쟁에 관한 역사다. 영화는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명제를 이어받..

피움뷰어 2016.10.15

가족의 재발견

가족의 재발견프랑스의 동성결혼 법제화 과정을 담은 경은 여성인권영화제 기자단 10.14(금) 여성인권영화제의 열기가 뜨거운 대한극장에서 가 상영되었다. 귀여운 인형극 같은 첫 장면 뒤로, 프랑스의 동성결혼 법제화 과정에 대해 들려주는 사회학자 테리와 곰돌이들을 만나보자. “무엇이 가족인가요?” 영화 속 사회학자 테리는 계속해서 변화해 온 가족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혼외 임신으로 고통받았던 증조할머니, 결혼을 통해 사회에 통합되고 ‘불명예스러운’ 출생을 극복한 할머니,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자기 일을 포기하고 가사에 전념했던 어머니, 그리고 결혼이 의무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실용적인 이유를 위해 결혼한 자신의 이야기까지. 결혼의 관계와 의미는 계속해서 변해왔고, 여전히 변하고 있다. 결혼뿐아니라 ..

피움톡톡 2016.10.15

한번 맛본 자유의 공기 <델마와 루이스>

한번 맛본 자유의 공기 황진미 영화평론가 리들리 스콧 감독의 는 1991년 5월에 미국에서 개봉되었다. 그해 칸 영화 폐막작으로 선정되었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수잔 서랜든과 지나 데이비스가 모두 후보에 올랐다. 표가 분산되는 바람에 수상은 의 조디 포스터에게 돌아갔지만, 그녀들이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한국에서는 1993년 11월에 개봉되었다. 90년대 초 대학과 문화비평계를 중심으로 막 성장하기 시작하던 페미니즘 담론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당시 극장에서 영화를 보았던 여성들은 영화 속 주인공들에 동일시되어 묘한 해방감에 들떴다. 비디오로 몇 번씩 돌려보면서 감흥을 오래토록 이어나간 이들도 많다. 올해의 여성드라마로 손꼽힐만한 에서 TV로 를 보던 희자(김혜자)는 정아..

피움뷰어 2016.10.14

건강한 포스트-가부장제의 꿈 <안토니아스 라인>

건강한 포스트-가부장제의 꿈 황진미 영화평론가 은 네덜란드의 감독 마를린 호리스의 1995년도 작품이다. 이듬해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과 토론토 영화제 작품상을 수상하였고, 한국에는 1997년에 개봉되었다. 이후 페미니즘 영화의 정전으로 회자되면서, 2009년에는 ‘관객이 뽑은 예술영화’로 선정되어 재개봉되었다.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은 마를린 호리스 감독은 페미니스트 여성감독으로 1982년 을 통해 가부장제에 대한 여성의 분노와 여성들 간의 연대를 보여주었다. 은 다소 결을 달리하여, 여성 4대를 중심으로 한 대안적인 공동체를 보여준다. 감독은 “내가 살고 싶은 유토피아적 세상에 대한 영화”라고 밝힌 바 있다. 즉 영화는 가부장주의를 넘어선 공동체에 대한 비전을 유토피아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

피움뷰어 2016.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