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뷰어

‘단순한 진실’: 여성폭력 마주하기

한국여성의전화 2016. 10. 13. 10:50


‘단순한 진실’: 여성폭력 마주하기

<종이학>, <바람이 분다>, <나의 기념일>, <아무 일도 없었다>, <아버지의 방>


김나영 여성인권영화제 기자단

나현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80여 분간 단편작품들이 상영된 뒤 관객들이 보인 반응은 “마음이 무겁다”, “힘든 시간이었다” 등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5편의 단편 모두 여성에 대한 폭력을 담은 작품들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삶의 방식과 상관없이 여성이기 때문에 겪게 되는 폭력의 심각성과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에 일침을 놓는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겼다. 10.12(수) 단편 5선이 상영된 뒤 4명의 감독이 관객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지극히 일상적인

5편의 단편은 모두 여성에 대한 폭력이 어떤 상황에서 발생하는지를 예리하게 짚어낸다. 그것은 일면식 없는 타인에 의한 우발적인 범행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가장 가까운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지속적인 괴롭힘에 가깝다. <종이학>은 아내에게 집착하는 남편의 폭력성을 그려낸다. 아내에 대한 ‘사랑’은 어느 순간 ‘폭력’으로 변하고 그 경계는 매우 모호해진다. 아버지와 딸이라는 일 촌 관계에서도 폭력은 발생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하고(<나의 기념일>) 술기운을 빙자한 가정폭력(<아버지의 방>)에 노출된다. 직장에서 여교사는 남학생들의 만만한 상대가 되며(<바람이 분다>) 혼자 사는 젊은 여성은 자신의 이웃으로부터 스토킹을 당한다(<아무 일도 없었다>). 이렇듯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지극히 일상적이다.


폭력 이후의 삶

그렇게 지긋지긋한 일상적인 폭력을 경험한 후, 여성들은 서로 다른 삶을 이어나간다. 그것은 피해자로서의 삶일 수도, 피해를 극복한 생존자로서의 삶일 수도, 그 중간 어딘가일 수도 있다. 한 관객의 영화가 소름 끼치게 현실적이어서 놀랐다.“는 말에 홍지수 감독은 영화 자체의 내용은 허구이지만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정 여성인권영화제 프로그래머 역시 여성과 아동에 대한 남성의 폭력을 다룬 본 영화의 내용은 과장 없는 현실이며, 우리 가까이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영화들은 여성이 겪는 폭력과 피해를 직면하도록 만드는 동시에, 피해로 인해 주인공의 삶이 끝나는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홍유정 감독은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세상과 만나는 덕희를 연출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고 밝혔다. 


‘단순한 진실’

한 관객은 “여기 계신 모든 분이 조금씩은 다르더라도 영화에 공감하게 되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며 “이런 (여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지 않고 공적인 자리에서 나눌 수 있어 좋다”는 감상을 나눴다. 여성인권영화제라는 장을 통해 관객들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 현존한다는 ‘단순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고 자신과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된다. <나의 기념일>의 홍지수 감독도 “영화를 보며 힘드셨던 이유는 비단 특정 장면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을 울리는 지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관객 여러분이)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용기는 ‘단순한 진실’에 다가가는 가장 단순한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