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88

[달팽이관]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경쟁 부문 출품작 - 김미정 보이지 않는 벽, 그리고 차별 이 영화의 도입부에는 작은 달팽이 집 하나를 에워싼 아이들이 나온다. 그 아이들은 넘치는 호기심으로 그 달팽이 집을 눌러도 보고 발로 건드려도 본다. 하지만 달팽이는 반응하지 않고, 아이들은 달팽이가 없는 그냥 텅 빈 껍데기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떠나가고 그 달팽이 집에 조금씩 금이 가면서 그 껍데기는 조금씩 부숴져 간다. 이 장면에서 한 여자 아이가 등장하며 장면이 오버랩된다. 방금 전 스크린에서 본 그 달팽이 집이 이 여자아이를 가두었던 벽임을 금세 눈치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영화 도입부에 나왔던 이 달팽이는 왜 빈 껍데기인 척을 했던 걸까? 우리 사회에는 성차별이 너무나도 만연하다. 이제는 ..

피움뷰어 2015.09.21

<생선구이 다리집><엄마의 사연첩> 가족의 방향

가족의 방향 ― 한국 영화 한국 다큐멘터리 원 가족이라는 글씨는 못생겼다. 자주 안 써보는 글자이기 때문에 예쁘게 쓸 줄 모르는 것이다. 관계는 난로처럼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말에 감명 받은 적이 있다.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가족이란 너무 가까워서 타버린 존재들일까. 가족을 몇 번 더 쓴다. 마음에 드는 가족을 쓸 수 있게 된다. 나는 가족을 가족이라고만 말하고 싶다. 가족은 가족이기 때문이고 나 같은 경우엔 덧붙일 말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가끔 이 사람들이 나의 가족이어서 다행이다 마음이 놓인다고 생각할 때, 이 사람들이 나의 가족인가, 가족이네― 하고 느낄 때 그들에 대한 사랑을 느낀다. 나이프의 칼날과 손잡이 “불운은 나이프와 같은 것이다. 칼날을 잡으면 손을 베이지만 손잡이를 잡으면 도움..

피움뷰어 2015.09.21

[대담한 항해]내 생각대로 살아 간다는 것

내 생각대로 살아 간다는 것 -최연소 세계일주 항해사 로라 텍커 이야기- 이연경 로라 덱커, 최연소 세계일주 항해사를 꿈꾸다. 네덜란드에서 살고 있는 13살 로라 덱커는 혼자 세계를 항해한 최연소 항해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같은 것을 보고 사는 것보다 다양한 세계를 만나며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반대했지만 결국 로라의 꿈을 지지한다. 로라는 여행 경비를 후원 받기 위해 자신의 꿈과 계획을 사람들에게 알린다. 여행을 위해 학교를 그만두려 하자 아동보호관계자가 자신과 아버지를 떨어트려 놓기 위해 소송을 걸고 네덜란드 정부도 로라의 항해에 반대 입장을 밝힌다. 로라는 10개월간 소송 끝에 항해를 갈 수 있게 된다. 로라가 항해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 로라는 뉴질랜드 바다 위 보트..

피움뷰어 2015.09.21

[운명입니까] 피해자에 대한 책망

피해자를 보는 외부인의 시선 장미 언니 라켈리는 가정 폭력으로 쉼터에 있다가 집에 돌아왔다. 동생 드로어는 언니를 돕기 위해 같이 지내면서 라켈리의 일상을 필름으로 기록한다. 하지만 라켈리를 향한 드로어의 시선은 그리 상냥하지 않았다. “그럼 나더러 어쩌라고, 울어?” 쉼터에 몇 달은 더 머물 수 있던 라켈리가 집에 돌아온 이유는 단순했다. 사람은 제 자리를 찾아가는 법이고, 집이 바로 라켈리가 있어야 할 자리였기 때문이다. 드로어는 라켈리에게 오래간만에 집에 온 소감을 물었지만 라켈리는 와야 할 곳에 와 있는 게 당연하다는 듯, 별 소감이 없었다. 집을 비운 동안 온갖 곳에 먼지가 쌓였다. 집은 청소가 필요했고, 빨랫감은 널려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드로어에게 라켈리는 지금 당장..

피움뷰어 2015.09.20

[열정의 끝/집에 오는 길] 소녀의 세계에서 어른의 세계까지

소녀의 세계에서 어른의 세계까지- 픽션 , 애니메이션 - 류희정 , 10대의 자신의 세계. 그녀의 사소하지 않은 열정을 만나다. 주인공 미란은 체육대회 단체 줄넘기를 연습하다가, 자꾸만 줄에 걸린다. 연습을 감독하던 담임선생님은 더 잘하는 반 친구와 그녀의 자리를 바꾸기를 원한다. 순식간에 그녀의 자리를 뺏겨버린 미란은 더 잘할 거다, 연습해오겠다고 말한다. 학교가 끝나고 미란은 매일같이 줄넘기 연습을 한다. 이전보다 그녀의 실력은 빼어나게 늘었지만, 여전히 그녀는 단체 줄넘기의 걸림돌이었다. 담임선생님은 그녀의 종목을 바꾸라고 권유하다, 이내 화를 낸다. 선생님의 눈에 미란의 줄넘기는 ‘고집’이었기 때문이다. 그녀 탓에 반 친구들은 좋은 줄넘기 성적을 거두지 못할 거고, 이는 곧 체육대회 전체에서 좋은..

피움뷰어 2015.09.20

[외도의 합리적 해결] 관계의 끝자락에서 찾은 자신과의 만남

관계의 끝자락에서 찾은 자신과의 만남 외도를 해결하는 그들만의 합의 이진주 고통스러울 정도로 합리적인 그들의 해결방법 교회에서 부부상담을 하는 모범적인 엘란드, 마이 부부. 어느날 엘란드는 그의 직장동료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세반에릭의 부인인, 카린과 찌릿한 사랑에 빠져버린다. 엘란드는 4자 대면을 통해 불륜사실을 고백한다. 상대 배우자들은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고, 엘란드와 카린의 순간적인 사랑은 언젠가 식을 것이니 그때까지만 4명이 한 집에 같이 살자는 합의하에 그들의 이상한 동거는 시작된다. 엘란드의 이 해결방법은 이성적으로 봤을 때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제안이다. 성별을 초월해 인간 대 인간으로 문제를 직면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일이라는 것이 언제나 이성적으로 흘러갈 수는 없는 법이다. ..

피움뷰어 2015.09.20

[결혼전야] 애증의 모녀관계,하지만 누구보다 사랑해

애증의 모녀관계, 하지만 누구보다 사랑해- 결혼 전날, 엄마와 딸의 하룻밤 - 이진주 나 시집가는거 아니야, 결혼하는 거야! 결혼 전날 밤, 엄마는 딸이 가난한 연극배우에게 시집을 간다며 걱정을 늘어놓는다. 딸도 돈이 안 되는 연극을 하니, 남편은 제대로 된 직장이 있어야 한다며 잘나가는 과거 애인의 안부까지 물으며 다소 아쉬워한다. 하지만 딸은 서로 좋아하는 일 그만둘 거면 그깟 결혼을 왜하냐며 소리친다. 사실 정말 당연한 말이지만 현대사회에서 그렇지 못한 부부, 특히 여성들이 많다. 결혼 후, 혹은 아이가 생기면 원하든 원치 않든 직업을 버리거나 이직하는 여성이 대부분일 것이다. 물론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이지만 정말 본인을 위한 결정인지는 의문이다.또 딸은 “시집가는거 아니야, 결혼하는 거야!”라..

피움뷰어 2015.09.20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 '고백의 방향', 20일 폐막

뜨거웠던 고백이 더 멀리 퍼져나가기를제9회 여성인권영화제 '고백의 방향', 20일 폐막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 ‘고백의 방향’이 20일 막을 내린다.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열린 올해 고백의 방향에서는 19편의 해외작과 출품공모전에서 당선된 10편의 국내작, 총 29편의 영화를 선보였다. 특히 해외작 19편 중 17편은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영화였다., , 고정 섹션 외에도 피움 줌 인과 줌 아웃 섹션에서는 , 을 주제로 고백, 즉 말하기가 왜 필요한 것인지, 그것이 누구를 향해 있는 것인지, 그리고 고백 이후는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들이 상영되었다. 더불어 영화를 더 깊게 살펴볼 수 있는, 영화제의 특별한 토크쇼, 피움톡톡과 감독과의 대화도 진행되었다. 개막작 는 미국 대학 ..

피움뉴스 2015.09.20

"나의 노래를 허하라"

"나의 노래를 허하라" : 자유와 변혁을 위한 이란 여성들의 외침 [2015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 '고백의 방향' ③] 구기연_서울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스틸컷ⓒ Chaz Productions 1979년 이슬람 혁명은 이란의 모든 문화지형도를 바꿔놓았다.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의 9세 이상의 모든 여성은 공적 영역에서 히잡을 착용해야만 한다. 국민의 대다수가 시아 무슬림이지만, 히잡의 강제착용에 대한 규범에 대해 이란 내 여성들의 의견은 다양하게 표출된다. 그렇지만 현재 이란 사회에서 히잡의 착용은 선택할 수 없는 규정이며 착용하지 않거나, 올바르게 착용하지 않는 경우 법의 처벌을 받게 된다. 2014년 영국에 거주하는 이란인 저널리스트 마시 알리네자드에 의해 처음 시..

피움포커스 2015.09.19

[7년간의 투쟁] 성폭력의 사회적 배경과 개선의 방향

성폭력의 사회적 배경과 개선의 방향--스티어 프레드릭 범죄가 한 사건일 때는 개인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반복적으로, 한 단체 중심적으로 향하거나, 정의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시회적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학대를 당하는 아이를 돕고자 호주에서 온 봉사활동가인 샬롯 켐벨 스테판 (Charlotte Campbell Stephen)이 케냐에 도착한지 2개월만에 당한 집단 강간은 하나의 단일 범죄였다. 그러나 강간, 아동 성 학대와 기본적 생활의 필수품을 얻기 위한 생존 섹스 (survival sex)를 포함한 케냐에서의 수많은 성폭행 사건들을 모두살펴볼 때, 사회적 차원의 문제라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재판 때 한 피고 측 변호사가 증거물을 숨기거나 바꾸는 행위는 법정 모독이자 사법 방해죄였다..

피움뷰어 2015.09.19

[감독과의대화] 소녀들의 거친 성장기

소녀들의 거친 성장기-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 [토끼의 뿔/열정의 끝/집에 오는 길/청춘이냐!] 세경_한국여성의전화 대학생 기자단 성장한다는 것은 순간순간 찾아오는 어려움을 맞닥뜨리는 것을 의미한다. 상영작 속 성장기에 있는 10대 여자아이들에게 세상은 가혹하다.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내 힘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고난에 부딪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야만 하고, 다시 시작해야만 했던 소녀들의 다양한 순간을 소개한다.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스틸컷 세상의 현실을 처음으로 마주한 순간 - , 한인미 12살. 이제 막 몸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는 시기. 여자 아이들은 변화가 시작된 서로의 가슴을 만져본다. 세상으로 발을 처음 내딛는 12살 희정이에게 현실을 몰랐..

피움톡톡 2015.09.19

당신과 나의 이야기

당신과 나의 이야기[2015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 '고백의 방향' ①] 김홍미리_여성주의 연구활동가 상영시간이 십분 남짓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큰 부담 없이 이 영화의 리뷰를 맡았다. 러닝타임이 짧으니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그리 복잡하지 않을 것이라는 나의 무지함이 곧 부끄러움으로 돌아왔다. 영화 과 은 10여 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담아야 할 '모든 것'을 담아냈다고 할 만큼 충분하고 벅찬 영화다. 숨 막히고 답답한 그 시간을 '무력하게' 견디는 사이 폭력은 관객들에게 그 존재감을 온몸으로 전달한다. 영화를 '보기만'할 뿐, 화면 속으로 들어가 '진실은 그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도, '쫌! 뭐라도 좀 해봐'를 외칠 수도 없는 관객들은 속이 까맣게 탄다. ▲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스틸컷ⓒ 한국여..

피움포커스 2015.09.19

[감독과의대화] 우리의 엄마들에 대하여

우리의 엄마들에 대하여 -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 [생선구이 다리집/엄마의 사연첩] 세경_한국여성의전화 대학생 기자단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였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족 안에서 엄마는 당연히 참고 인내하고 희생하는 ‘엄마의 역할’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 하지만 엄마도 한 사람일 뿐이다. 엄마의 삶 속에도 어린 시절이 있었고 힘든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엄마는 우리와 똑같이 삶을 살아내고 있다. 엄마에게도 삶은 어렵다 - , 김봉주 주인공은 바람을 피우다 이혼당하고 엄마가 운영하고 있는 ‘생선구이 다리집’에 얹혀살고 있다. 방학을 맞아 찾아온 아들 은찬이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주인공의 모습은 아들을 둔 엄마이지만 마치 사춘기 아들과 비슷..

피움톡톡 2015.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