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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에라자드, 감옥 안의 여자들] 희극으로 나아가는 긴 터널에서 울려퍼지는 목소리

희극으로 나아가는 긴 터널에서 울려퍼지는 목소리 - 감옥에서 펼쳐진 연극, - 모두 다른 사연과 이야기를 지닌 여성들 참으로 희극은 어려운 것이다. 비극을 넘어서야만 희극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슬픔과 절망이 없다면, 희극은 만들어지기 어렵다.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야만, 터널의 그 끝이 보이고, 저 멀리 빛이 새어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은 이렇듯, 모두 다른 사연과 이야기를 지닌 여성들이 모인 감옥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녀들은 각기 다른 죄목으로 이곳에 들어왔지만, 그녀들은 연극을 통해 한 자리에 모여 자신의 마음을 열어 보인다. 그녀들의 연극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카메라는 놓여진다. 그리고, 그녀들의 침묵을 깬, 이야기들이 시작된다. 두려움과 공포, 슬픔과 절망... 그녀들의 ..

피움뷰어 2014.10.17

[52번째 화요일/마이 차일드] 나는 당신과, 당신 곁에 있는 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당신과, 당신 곁에 있는 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 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 성별은 선택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벗어버리기 힘든 짐을 안고 살아간다. 선택의 여지 없이 세상의 빛을 마주하는 순간-혹은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단순히 신체 구조를 가지고 여자, 남자로 구분되고 규정된다.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는 것과 같이, 성별은 선택할 수 없는 어떤 것이라 규정되어 그렇게 교육받고, 길러진다. 여자 혹은 남자로 구분된 아이는 이 사회의, 가장 가깝게는 부모의 양육방식에서부터 여자, 남자의 구분을 습득하고, 이에 맞게 살아가게 된다. 마치 매뉴얼이 있는 것처럼 여자와 남자의 역할, 선호, 놀이 등은 자연스러..

피움뷰어 2014.10.17

[파도 위의 여성들] 여성의 몸은 ‘그 배’ 위에서 온전히 제 것이 된다

여성의 몸은 ‘그 배’ 위에서 온전히 제 것이 된다 레베카 곰퍼츠와 그녀의 프로젝트가 전하는 용기와 변화를 말하다 - 다큐멘터리 - 영화는 한 통의 편지로 시작한다. 발신인은 두려워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수신인은 '파도 위의 여성들(Women on Waves)'. 발신인은 미혼 임신으로 아이를 낳아선 안 되지만 발신인의 나라에서 낙태는 불법이다. 그녀의 선택지엔 표백제 마시기가 있지만 죽게 될까 무섭다. 그러다 ‘그 배’에 대해 듣는다. 법의 그물에 걸리지 않지만 아이를 지울 수 있다는 ‘그 배’에 대해서. 편지의 수신인은 ‘배’(Vessel)를 운영한다. '파도 위의 여성들'은 네덜란드 산부인과 의사 레베카 곰퍼츠(Rebecca Gomperts)가 시작한 프로젝트의 이름이자 국제수역에서 낙태 유..

피움뷰어 2014.10.16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를 돌아보며] 소중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다 -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를 돌아보며 - 지난 9월 25일부터 3일간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에서는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가 펼쳐졌다. 국내 유일의 여성인권영화제인 피움(FIWOM)은 한국 여성의 전화의 주체로 여성들이 받는 폭력과 부당한 현실을 알리며 개선하기 위해 2006년부터 이어져온 문화소통이다. 이 사회 속에서는 아직까지도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될 권리와 평등, 안전을 누리지 못하는 여성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이런 어두운 현실에 동떨어져 있지 않다. 시각적인 영화를 통하여 많은 이들에게 여성폭력, 부당함, 차별 등의 사회적 여성 인권에 대한 문제점을 폭로하고 직면하게 하여 쉽게 다가가고 알리고 있다. 영화제는 문제적 현실을 알리고 폭로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를 돌아보며] 함께 행동하고 즐기며 소통하는, 주제가 있는 영화제

함께 행동하고 즐기며 소통하는, 주제가 있는 영화제 -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를 돌아보며 - 인권이나 소수자 문제에 관심이 있더라도 한 번에 다양한 시각을 접하기는 어렵다. 학교의 강의는 교수님의 영향을 받고, 스스로 하는 공부는 정보의 부족과 본인의 시각에 치우친다. 영상 매체는 매우 좋은 수단이지만 좀처럼 얻기가 힘들다. 아주 낯선 소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흔하게 다루어지지도 않는다. 약자, 혹은 소수자가 아닌 약자와 소수자를 함께 다룬다는 점에서 여성인권영화제가 좋았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 여성도 성소수자도 그냥 태어났을 뿐인데 세상이 존재 가치를 깎아내린다. 부당하다고, 부당하다고 말해도 잘 듣지 않는다. 그런데 영화제 속에선 동등함을 외치는 우리가 가장 보통이었다. 세상에, 내가 모르는 게 너무..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를 돌아보며] 발길을 끊기 어려운 여성인권영화제

발길을 끊기 어려운 여성인권영화제 피움(FIWOM)이 말을 걸고, 나는 말하게 된다 -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를 돌아보며 - 9월 28일을 마지막으로, 2014년의 여성인권영화제는 막을 내렸다. 모든 영화제가 그렇듯, 개막과 폐막이 있고, 그 사이의 기간동안 영화제를 만들어 내는 모든 사람들은 꿈을 꾸는 것처럼, 다른 세계에 갔다가 온 느낌을 가지고 시작과 끝을 바라본다. 또한, 끝이 난 후에도 꽤 긴 시간동안, 그 꿈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진다. 축제가 가진 마력, 그 마력은 영화제에서도 유효한 것이다. 이번 여성인권영화제는,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오랜시간동안, 여운이 남을 것 같은 예감을 떨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여성인권영화제와 인연을 맺은 것은 오래전이었다. 2006년 2007년 즈음..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후기] 여성과 인권, 질문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

여성과 인권, 질문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 -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 '질주'가 선사한 나흘 간의 여정을 함께 하며 -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톡톡 中 끝나지 않는 질문과 끝없는 여정의 시작 “여성인권영화제를 추진하면서 질문을 하게 됩니다. ‘여성’은 누구인가, ‘인권’은 무엇인가, 라고요.”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이자 영화제 총괄을 맡고 있는 송란희 선생님의 말은, 신선하고도 놀랍게 다가왔다. 2006년부터 매년 개최돼 올해로 8회를 맞는 여성인권영화제. 이 영화제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르면 누가 안단 말인가, 하는 데서 오는 놀라움이었다.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를 함께 만들어갈 자원봉사자들(피움족)의 오리엔테이션은 지난 9월 18일, 한국여성의전화 프리젠테이션룸에서 진행되었고, 나는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를 돌아보며] 여성의 몸과 자유

여성의 몸과 자유 -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를 돌아보며 - ‘여성’과 ‘남성’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타고난 생리학적인 차이를 기준으로 인간을 분류한다면, 사회적으로 형성된 ‘여성성’과 ‘남성성’의 차이는 어디로부터 찾을 수 있을까? 9월 25일 목요일부터 28일 일요일 4일 동안 진행된 여성인권영화제에 피움뷰어로 참석하며,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가지게 된 의문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영화제 행사에 참석하기 이전에, 필자는 ‘여성인권영화제’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여성의 인권’이 상영되는 영화 대부분의 주제이리라 짐작했었다. 즉, 남성과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나 여성의 신체에 대한 권리 등을 다루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들은 오로지 ‘여성의 인권’만을 다루고 있지 않았다...

[세피데] 나는 성공할거에요, 존경하는 아인슈타인 선생님처럼

나는 성공할거에요, 존경하는 아인슈타인 선생님처럼 - 다큐멘터리 - “연못에 사는 물고기는 연못을 두르고 있는 울타리를 원망하지 않는다. 다만 바다를 꿈꾸지 않는 다른 물고기들과의 삶이 고통일 뿐이다" 이야기는 이란의 마을 파스 사아닷에 사는 열여섯 살 소녀, 세피데 후샤르에게서 시작된다. 셰피데는 마을의 선생님 카비리가 이끄는 천문학동아리의 열성 멤버인데, 또래의 여자애들답지 않게 일찍부터 ‘천문학’과 ‘우주’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언젠가 존경하는 이란의 여성 우주인 아누셰흐 안사리처럼 되기 위해, 그녀는 2500년 전 부서진 키루스 대왕의 무덤을 탐색한다. 그곳에서 별의 운행을 관찰했을 옛 사람들을 상상하고, 대화하며, 셰피데는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 뉴턴, 케플러 아인슈타인에 지지 않는 ..

피움뷰어 2014.10.16

[가볍게, 더 높이] 자유를 향해, 가볍게 더 높이

자유를 향해, 가볍게 더 높이 - 다큐멘터리 - '보편적인' 권투선수 이야기? 영화를 보기 얼마 전, 공교롭게도 김언수의 단편소설 ‘잽’을 읽었다. 이 영화와 마찬가지로 소설 또한 주인공이 권투를 한다. 부조리한 세상에 불만을 느끼던 주인공이 선생님과의 충돌을 계기로 권투를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 소설의 주요 줄거리다. 비슷한 주제의 다른 소설들과 달리, ‘잽’은 후반부에 나름의 반전을 준비한다. 하지만, 주인공이 특정한 계기로 운동에 빠져들고, 그 과정에서 성장과 동시에 봉착한 문제를 해결해내는 줄거리의 뼈대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에는 그 책을 보편적인 스포츠 소설이자 성장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를 본 뒤, 다른 생각이 들었다. 과연 그 소설은 보편적인 이야기일까? 누가 ..

피움뷰어 2014.10.16

[달팽이] 우리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 애니메이션 - 올해 4월 개봉해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영화 를 나는 얼마 전에야 보았다. 대학 입학 후부터 의 주인공인 천우희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그녀의 연기가 궁금했고,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라는 단 한 마디의 말만 써 있는 포스터로는 알 수 없는 내용이라 속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렇게 마주한 진실은 처참했다. 애니메이션 를 만나다 영화 처럼 폭력을 다룬 영화를 몇 편 보아왔는데, 구체적인 사건의 과정과 인물들의 심리를 보여주는 다른 감독들과는 달리 사건이 종결된 후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어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는 고등학생인 두 친구에 대한 이야기이다. 매니큐어를 바르는 것이 취미인..

피움뷰어 2014.10.14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를 돌아보며] 너와 나의 연결고리

너와 나의 연결고리 -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를 돌아보며 - 4일간 진행되었던 여성인권영화제의 막이 내렸다. 웃으며 시작했던 영화제는 더 크게 웃으며 끝을 맺었다. 최우수작을 수상한 를 비롯해, 29회차 동안 상영했던 수많은 다큐멘터리와 영화들은 관객들의 마음에 깊은 우물을 만들어냈다. 나 역시, 여러 편의 작품을 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실감, 슬픔, 분노, 서러움, 그리고 희망을 느꼈다. 그 밖에도 4일간 진행했던 다양한 부대행사와 ‘그녀들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전시는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다수의 피해자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들에 대해 좀 더 가까이 알게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가끔씩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시대가 변했다고.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페미니즘을 말하고 여성..

[가볍게, 더 높이] ‘나’로서 살아간다는 것

‘나’로서 살아간다는 것 - 다큐멘터리 - 링 안에서 그녀는 주먹을 쥔다. 쉼 없이 발을 구르고, 눈은 날카롭게 목표물을 응시한다. 가볍게 뛰어 오르는 순간, 그녀는 높게 팔을 뻗는다. 그녀를 가로막는 링 밖의 세상을 향해! 밑바닥의 삶 속에서 그녀의 집에 사는 새는 바닥을 서성이기만 한다. 새장 안에 가둬두지도 않고, 줄을 묶어 매달아 놓은 것도 아닌데, 양 날개가 꺾인 것처럼 그저 바닥을 전전할 뿐이다. 마치 발에 붙은 바닥이 자신이 사는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가장 밑바닥에서 전전해야 하는, 달릿들처럼. 인도의 한 소녀, 뚤라시(Thulasi). 그녀의 이름은 ‘뚤라시’지만 그녀를 가장 처음 설명해주는 것은 이름이 아닌, 그녀가 가지고 있는 ‘신분’이다. 인도에서 ..

피움뷰어 2014.10.13

[외모등급] 미모강권사회에서 “렛미아웃”을 외치다

미모강권사회에서 “렛미아웃”을 외치다 - -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 1989년 개봉한 후부터 최근까지, 높은 성적을 강요하는 이 사회를 향해 청춘들은 이렇게 외쳤다. 하지만 요즘에는 다른 대사가 필요한 듯 하다. 그리고 영화 ‘외모 등급’이 그 대사를 더 억울하고 절규 섞인 어조로 말한다. “행복은 외모 순이 아니잖아요?” 라고. 외모 등급이 내신에 반영되기 시작한다! 영화 속 유림의 짝꿍이 유림에게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고 한다. 하지만 유림은 단호한 말과 표정으로 시간이 없다며 거절한다. 성적 1등 다운 태도다. 얼굴 또한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부만 할 것 같은’ 인상이다. 이와 극명히 대비되는 예쁜 얼굴의 2등 민화는 이런 유림을 질투한다.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야? 공부 좀 살살해..

피움뷰어 2014.10.13

[춤추는 별자리] 평범한, 그래서 더 특별한 댄서들의 이야기

평범한, 그래서 더 특별한 댄서들의 이야기 - 다큐멘터리 -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장애자’는 장애를 가진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고, ‘장애우’는 장애를 가진 사람을 모두 친구라고 낮춰 부르는 말이라 바람직하지 않다고. 그래서 ‘장애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대부분 이렇게 배웠을 것이다. 이것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들의 입장에서 최대한 배려한다고 느낀다. 필자 역시도 장애를 가진 사람을 일컫는 가장 올바른 표현을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평상시에도 그들에게 어떠한 차별이나 편견 없이 대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에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장애인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는 날카로운 한마디를 부딪히는 영화, 를 만나게 되었다. 이..

피움뷰어 2014.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