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혼란, 낯선 감정 - 가정폭력을 벗어나는 용감한 세 여성에 관한 다큐멘터리 허민숙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 가정폭력이 크게 문제라 생각하지 않는 그 이유, 혹은 가정폭력이 심각한 문제라 여기는 그 이유에는 공통적인 게 있다. 바로 친밀성이다. 친하다는 것, 많은 것을 공유하는 관계라는 것. 바로 그 동일한 이유로, 둘 사이의 문제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기도 하고, 또는 정말 누구도 견뎌서는 안 되는 일로 정의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입장 중 어느 하나를 견지하는 것은 가능할까? 올바름의 차원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말이다. 영화에서처럼 그렇게 처참한 피해를 당하고도 “그의 좋은 면이 생각이 난다”며 서러운 눈물을 흘리는 피해자에게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혹은 느껴야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