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뷰어 204

[파도 위의 여성들] 영토 없는 여성들의 투쟁

영토 없는 여성들의 투쟁 - 다큐멘터리 -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여성주의 역사학자 거다 러너는 그녀의 책 『왜 여성사인가』에서 남성중심 사회가 여성의 재생산을 통제하게 된 연원을 추적한다. 그녀에 따르면 재산이 ‘계급’으로 전환되기 위해선 상속을 통한 안정적인 신분 재생산이 필요한데, 상속에 필요한 것이 계서제, 다름 아닌 ‘족보’라는 것이다. 남성들이 탄탄한 족보를 만드는 전제 조건은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것이었다. 러너에 따르면 서자‧처녀성‧임신중절 금지는 이런 조건과 함께 가시화 된다. 이런 조건 위에서 사회체계가 구성되다 보니 대다수의 국가가 여성의 재생산을 통제하고 나선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국가는 필요에 따라 공공연히 여성들의 임신중절을 제한하거나 혹은 강제로 낙태시키기를 반복해왔..

피움뷰어 2014.09.26

[철의 시대] 쉽게 꺼낼 수 없었던 이야기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스틸컷 쉽게 꺼낼 수 없었던 이야기 - 영화 '철의 시대' 엄마는 한참동안 말이없었다. 긴 침묵 끝에 터져나온 눈물은 그녀가 지난 몇십년간 말하지 못했던 삶의 역사들이 터져나오는 순간이었다.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않았던 가족사.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겪었던 역사. 영화 철의시대는 운동가 '이윤정'씨의 구술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광주항쟁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그 패배감과 미완의 혁명에 대한 좌절감은 너무나 충격이 컸다. 그것을 극복해보려고 투쟁으로 노력했어" 광주항쟁 당시 생존자였고 그 이후 통일운동과 여성운동을 통해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백방으로 애썼다. 환갑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지만 광주항쟁 시 계엄군에 대한 트라우마는 아직도 지울수 없는 상처로 깊게 박혀있었다. 그 ..

피움뷰어 2013.11.11

[아버지의 이메일]용서는 기억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아버지의 이메일] 용서는 기억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스틸컷 객관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나의 아버지를 정의해 보자면 대략 이렇다. 전쟁을 겪은 부모님 세대를 위로하고, 한국의 민주화를 이끈 주역이었으며, 근면 성실한 태도로 자녀들을 부족함 없이 부양한 베이비부머 세대. 그러나 개인적이고 감정적으로 그를 바라보면 어느 새 자랑스러운 한국사회의 주역은 미움의 대상으로 바뀐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나는 아버지를 무척 미워했고 사이도 좋지 않았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나는 아예 아버지를 망각해 버리고 말았는데 그것은 그가 세상을 떠난 까닭이다. 그의 기일마다 별 수 없이 아버지의 존재를 떠올려야 하긴 했지만 제사가 끝나고 나면 나는 다시 내 기억을 봉쇄해 버렸다. 불편한 마음을..

피움뷰어 2013.11.11

[아버지의 이메일] 아버지, 무엇을 원망해야 하나요

[아버지의 이메일] 아버지, 무엇을 원망해야 하나요 대한민국처럼 크지 않은 땅덩어리 내에서, 짧은 역사 속 이렇게 시대적 격변을 맞이한 국가가 어디 있을까. 식민 통치 이후 분단의 아픔, 이념 대립으로 인한 6.25 전쟁과 베트남 참전까지. 대략 반세기 안에 별의별 일이란 일은 다 겪고, 더불어 경제 성장까지 이룩해 내어야 했으니 안 힘들리 없다. 그리고 이 격동의 세월 속 정말 힘든 삶을 살아오신 세대가 바로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다. 이제는 인생의 노년기에 접어 들어 삶을 마무리 할 준비를 하는 수많은 역경의 자화상들. 그 중에서도 영화는 이북 실향민이었던 한 아버지의 삶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스틸컷 살아 생전 한번도 가족의 일에 제대로 관심을 가지지 않으셨던 아버지..

피움뷰어 2013.11.11

[여전히 아무도 모른다] 마침표가 아닌 물음표, 방관자에게 남겨진 것들

[여전히 아무도 모른다] 마침표가 아닌 물음표, 방관자에게 남겨진 것들 같은 공간, 각양각색의 동년배들이 엮인 공동체라면 언젠가 한번은 마주 할 법한 교내 폭력. 불편하겠지만, 피하고 싶겠지만 '학교 폭력'이라는 문제는 그 어느 순간 다가와 사회의 핵심적인 이슈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폭력을 가한 자들과 피해를 입은 자들 사이에서, 그것을 목격하고 외면하고 방관하는 자들. 폭력을 가하고 받은 당사자들은 아니지만, 여전히 소행성처럼 빗겨간 채로 문제의 궤도를 돌고있는 영화 속 '그들'을 보면서, 우리 중 그저 떳떳하기만 한 사람은 몇이나 될까 생각해본다. 여기 비슷한 듯 다른 유형의 세 방관자들이 있다. 폭력이 일어난 지점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관찰하며, 각자의 방식대로 문제와 마주치고 대한다. 누군가는 적..

피움뷰어 2013.11.11

[라이헨바흐로 돌아가기 / 철의 시대] 그들은 여전히 역사의 폭력의 연장선 위에 살고 있다

[라이헨바흐로 돌아가기] & [철의 시대] - 그들은 여전히 역사의 폭력의 연장선 위에 살고 있다 [라이헨바흐로 돌아가기] 세계전쟁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폭력이 한바탕 세계를 휩쓸고 지나갔다. 전쟁은 끝났지만, 과연 전쟁을 겪었던 이들에게도 전쟁은 끝난 것일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독일인 여성 요하나와 유대인 소녀 마냐는 경비원과 수감자의 신분으로 만났다. 종전 이후 오십여 년이 지났지만 전쟁의 피해자인 마냐도, 전범국민의 낙인을 지닌 채 살아가는 요하나도,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녀들은 여전히 과거의 폭력의 연장선 위에 있었다. 그녀들이 겪은 거대 폭력은 말 그대로 너무나 거대해 그녀들의 삶에 깊숙이 배여 있었다. 그녀들에게 과거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도 눈앞에 벌어지는 것처럼 생생한 것이었고, ..

피움뷰어 2013.11.10

[오리엔테이션/가장자리/더도말고 덜도말고] '일상'을 관통하는 '폭력', '저마다'의 다른 '일상'

이번 제 7회 여성인권영화제의 섹션 중 하나인 '여전히 아무도 모른다'는 이번 영화제의 주제인 '직면의 힘'이 우리 속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가에 대해 가장 잘 말해줄 수 있는 섹션이다. 특히 일요일 오후에 상영되었던 세 편의 단편 영화 '오리엔테이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가장자리'는 일상 속에서 너무나도 쉽게 발견되는 폭력들의 모습과 그런 폭력들에 대처하는 저마다의 모습을 보여주며 가장 우리나라의 그리고 내가 처해있는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스틸컷 첫번째 영화였던 '오리엔테이션' 은 폭력이 일종의 단합을 위해 이용된 경우로 대학 새내기 오리엔테이션 때나 선후배 사이에서 벌어지는 권력구조 사이에서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영화다. 잘못한 것 없이 정말 이유없이 기..

피움뷰어 2013.11.10

[잔인한 나의, 홈]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현실이야기

[잔인한 나의, 홈]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현실이야기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포스터 / 스틸컷 영화를 보는 내내 울음이 몇 번씩 터질 뻔했다. 영화 속 주인공. 이 영화 속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야 할 한 사람인 ‘돌고래’ 가 울 때면 나도 울 것 같았다.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터지려는 울음을 꾸역꾸역 눌러 담았다. 그와 비슷한 경험, 그와 같은 아픔을 간직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아픔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그녀의 밝은 미래를 진심으로 빌어주고 싶어졌다. 영화를 보면서 이토록 누군가의 행복을 간절하게 바라본 것은 처음이었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던 많은 관객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만큼 지극히 사실적인 다큐멘터리 영화 ‘잔인한 나의, 홈’ 은 잔인했다. 누구나 살아가..

피움뷰어 2013.11.10

[흑백가족사진] 그들이 가족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들이 가족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 영화 흑백가족사진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스틸컷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는 바로 엄마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나는 아직 '엄마'가 아니라서 이 말의 의미를 몸소 체험해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우리 엄마를 비롯해 주위의 어머니들을 보며 평범한 여성이 어머니라는 이름하에 얼마나 변화하고, 강인해질 수 있는지는 안다. 내가 감상한 영화 ‘흑백가족사진’ 속 어머니 '올가' 역시 과거에는 그저 평범한 여성이었으리라.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는 올가는 피부색이 다른 17명의 아이들을 입양해 그들과 함께 지낸다. 비록 시설도 열악하고, 최고급의 음식이나 환경을 제공할 수는 없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흰색 피부를 가진 순수 우크라이나인들의 인종차별주의가 ..

피움뷰어 2013.11.10

[박제된 공주] 박제됨이 현실된 사회

박제된 공주 드라마, 스릴러/ 17분 감독 전하영 주인공은 감당할 수 없는 집세 때문에 이사 갈 방을 구한다. 그녀가 갈 수 있는 방은 벽지에 손만 닿아도 까맣게 때가 묻어나오는 곳. 화장실에서 손에 묻은 때와 함께 조용히 눈물을 닦을 수밖에 없는 그녀에게 복덕방 아저씨는 운이 좋다며 방을 소개시켜준다. 그 방은 급히 유학 가기 위해 나온 방으로 '0' 하나가 덜 붙은 듯 저렴한 가격으로 계약된다. 무엇인가 수상하지만 그녀에게는 당장 길바닥으로 나앉는 것 보다 나쁠 수 는 없다. 입주한 집에 대한 진실은 서서히 드러난다. 그 방은 범죄자의 집으로 끔찍한 범행이 저질러진 장소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소름이 끼쳤다. 청년의 배고픔을 이야기하는 영화로 생각했었다가 뒤통수를 크게 한 대 맞은 느..

피움뷰어 2013.11.10

[금지된 목소리 : 혁명을 시작한 블로거들] 역사를 만들고있는 당신에게 드리는 위로

역사를 만들고있는 당신에게 드리는 위로 - 영화 “금지된 목소리 : 혁명을 시작한 블로거들”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스틸컷 제3자의 눈으로 본 대한민국의 자화상 독재세력, 그리고 무자비한 국가폭력. 누구의 편인지 모를 국가는 점점 더 견고해져 국민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부당한 권력남용으로 인해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더 이상 나아갈 것이 없다고 느낄때 이들이 마주한건 인터넷 매체. SNS, 블로그 등 인터넷을 이용하여 전세계적으로 국가내 문제를 알리고 인권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운동을 벌였다. 국가는 국민을 대상으로 사이버 전쟁을 선포하고, 국가에 대해 쓴 소리를 하는 인터넷 유저를 다양한 명목을 들어 감옥에 가두고 감시하는 등 인권침해를 가하고 있으며, 배후에 특정세력이나 이익집단이 있다며 진실의..

피움뷰어 2013.11.10

[잔인한 나의, 홈] 잔인한 직면 보다 더한 회피

잔인한 나의, 홈 다큐멘터리/ 77분/ 감독 아오리 "잔인한 직면 보다 더한 회피" 제 7회 여성인권영화제 포스터 잔인한 나의, 홈은 한국 사회에서 아직도 직면되기 어려운 친족 성폭행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영화를 보기 전 소재의 무거움 때문에 어두운 영화를 생각했었다. 영화의 분위기는 소재의 특성보다 어둡지도 밝지도 않았다. 최대한 무감각하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때문에 돌고래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었다. 소재가 주는 무게감 보다 '돌고래'의 여정이 주는 감정의 변화는 잔잔하게 파고들어 예상치 못한 때에 나를 무너뜨렸다. 돌고래는 범행 사실을 부인하는 아버지와 믿어주지 않는 어머니와 동생들을 떠나 집을 나왔다. 나는 사실을 안 순간이 직면의 도입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돌고래가 세..

피움뷰어 2013.11.10

[푸시 라이엇 : 펑크 프레이어]시작했으니, 두려움 없이!

푸시 라이엇 : 펑크 프레이어 시작했으니, 두려움 없이!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스틸컷 “시작했으니, 두려움 없이!”라는 피움족의 메시지가 이보다 더 잘 표현된 영화가 있을까 싶다. 제 7회 여성인권영화제의 개막작답게 (이하 푸시 라이엇)은 당찬 세 여성이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 온몸으로 저항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스틸컷 그녀들의 이름은 러시아 페미니스트 펑크락 그룹 ‘푸시 라이엇’이다. 시위 공연 때마다 형광색 스키마스크와 레깅스를 시위복장으로 갖추어 입는, ‘여자생식기(보X) 봉기단’이라는 어마어마한 이름의 주인공인 이들은 2012년 2월 21일, 모스크바 러시아정교회 구세주 대성당 제단에 올라 반反푸틴을 골자로 한 게릴라 락 공연 형식의 시위를 벌인다. 경비원과..

피움뷰어 2013.11.10

[푸시 라이엇 : 펑크 프레이어] 뜨거운 직면으로 얼어붙은 체제를 녹여라!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포스터 2012년 모스크바의 구세주 대성당의 제단에서 형광색 복면을 뒤집어쓰고 어깨를 내보이는 옷을 입은 여성들이 올라가 강렬한 사운드와 함께 노래하고 외쳤다. '성모마리아시여 페미니스트가 되시고 푸틴을 제거하소서', '신이란 제길' 등등. 이 엄청나다 못해 쇼크를 일으킬만한 사건은 단 30초만에 제압되었지만 그녀들의 이러한 반란은 러시아 사회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녀들은 바로 '푸시 라이엇'이었다. 다큐멘터리 영화인 '푸시 라이엇 : 펑크 프레이어'는 크게 구세주 대성당에서의 공연으로 체포된 세 푸시 라이엇 단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나디야, 카티야, 마샤 이 세사람이 푸시 라이엇으로 활동해 왔던 모습과 다른 푸시 라이엇 단원들의 공연을 ..

피움뷰어 2013.11.10

[그 여자 / 박제된 공주 / 충심, 소소 / 플라멩코 소녀] 그녀들의 선택과 용기, 직면의 힘

[그 여자, 박제된 공주, 충심 소소, 플라멩코 소녀] 트렌스젠더, 범죄에 노출된 여성, 불법 탈북자 여성, 취업을 앞 둔 여고생의 내용을 다루고 있는 이 네 가지 단편은 각각의 여성들이 사회에서 어떠한 약자적 위치에 처해있는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번 여성인권영화제의 주제인 ‘직면의 힘’이라는 말처럼 어떻게 자신을 직면하고,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게 되는지를 그려낸다. 외면도, 내면도 진짜 여자가 된 윤희 주인공 윤희는 누가 봐도 여자다. 동네에서 우유배달을 하고, 아줌마라고 부르면 자연스레 대답하는 아주 평범한 여자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트렌스젠더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불편하다. 그래서 윤희는 호적정정신고를 더 간절히 원했고,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는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살..

피움뷰어 2013.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