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뷰어 204

[23˚C] 외로울 수 밖에 없는 ‘한국적 어머니’의 최후

외로울 수 밖에 없는 ‘한국적 어머니’의 최후 - - 나는 외할머니와 함께 산 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이미 오래 전부터 외할머니와 우리집은 가까이 살았고 맛벌이라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외할머니는 나의 보호자 역할을 해주셨다. 나와 동생은 말 그대로 외할머니가 키워준 것 이기 때문에 우리 둘에게 외할머니의 의미는 남다르다. 어렸을 때 할머니께서 아침밥을 먹여주시고 유치원에 데려다 주곤 하셨는데, 지금도 여전히 우리 할머니는 나에게 아침밥을 차려주시고 내가 아파트 단지를 나갈 때까지 멀리서 지켜보신다. 이런 나에게 할머니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 만큼, 이 영화는 특히 많이 와 닿았다. 그녀의 자식들은 어디에 있나 이 영화는 독거 노인에 대한 영화이다. 이 할머니는 아들을 하나 두고 있지만 오랫동안 집에 찾..

피움뷰어 2014.10.01

[나와 나의 거리] 나조차도 알 수 없는 내 안의 또 다른 나

나조차도 알 수 없는 내 안의 또 다른 나 - 경쟁부문 다큐멘터리 -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스틸컷 남보다도 더 알 수 없는 ‘나’ 사람들은 누구나 ‘목표’가 생긴다. 이거 끝나면 이거, 그다음에 또 이거, 그리고 또 저거…, 마치 게임처럼 목적지를 따라 쭉 걷던 사람들은 문득 깨닫는다. 지겨움과 답답함, 나태함. 그리고 저마다의 꿈을 찾게 된다. 꿈을 찾고 나서 열심히 자기가 만들어낸 목표 지점을 향해 달리던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느끼게 된다. 이전 길을 걸으며 느꼈던 지겨움, 답답함, 나태함. 그리고 도착점이 있을까 하는 불안을 느낀다. 분명 내가 하고 싶어서 달려든 일인데, 내 꿈인데. 이제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게 된다. 분명 나인데, 남보다도 더 알 수 없는 존재가 되..

피움뷰어 2014.10.01

[여자도둑] 왜 아무도 이 아이를 도와줄 이는 없나

왜 아무도 이 아이를 도와줄 이는 없나 - 영화 - 영화 우리나라 사회에서 ‘여자되기’란 무엇일까? 또한 언제부터 ‘여자되기’가 시작되는 것일까? 이 영화는 그 점을 묻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여자되기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직 유교적인 문화가 남아있는 사회에서 여자됨의 의미는 다소 보수적이면서도 서양의 영향을 많이 받은 대중문화에 의해 다소 개방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여자되기의 의미에 대해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초경이 여자들에게 갖는 의미 나의 초경이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였다는 것뿐, 그 상황이 너무나도 복잡하고 혼란스러워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직도 당황스러움 때문에 헤매던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영화 속 승연이도 똑..

피움뷰어 2014.09.27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끊임없이 사람들은 묻는다 "왜 떠나지 않았어?"

끊임없이 사람들은 묻는다 "왜 떠나지 않았어?" - 가정폭력 다큐멘터리 - 영화 이 이야기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가정폭력의 피해자에서 그들을 돕는 인권활동가인 킷 그루엘과 심각한 가정폭력에서 마침내 헤어나온 디에나 월터스, 두 여성은 모두 가정폭력의 피해자이자 생존자이다. 하지만 가정폭력에서 헤어나왔다고 해서 절대로 그녀들은 행복할 수 없다. 그녀들의 과거가 끝없이 그녀들을 속박하고 얽매기 때문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사람들이 묻기 때문이다. “왜 떠나지 않았어?” 생존자들의 현실 이 다큐멘터리는 가정폭력의 피해를 받고 쉼터에서 보호받고 있는 여성인 디에나 월터스의 첫 장면으로 시작된다. 첫 장면만 봐도 그녀가 두려움에 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녀는 가정폭력의 피의자인 남편에게서 벗..

피움뷰어 2014.09.27

<Back[baeg]><오늘 너는><여자도둑><수지> 어떤 얼굴로 오늘을 살고 있습니까?

어떤 얼굴로 오늘을 살고 있습니까? - 경쟁부문 , , , - 이 단편들은, 각기 다른 감독들이,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만들어 진 영화들이다. 하지만, 각기 다른 영화라고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이 영화들은, 마치 이 도시에서 살아가기 위해 오늘도 걷고 있는, 나와 당신 모두의 얼굴처럼 느껴진다. 얼굴들이 모여, 바로 지금 여기의 풍경을 이룬다. 긴 도로의 도시 위에, 각기 다른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것 같은 그녀들의 얼굴은 어쩐지 창백하다.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당신, 회사에 갇혀 있는 당신의 얼굴 의 희재, 그녀는 분명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을 것이다. 이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앞도 뒤도 없는 자신의 삶을 탓하기 전에 성실히 살았을 것이다. 만약, 자신이 어긋난다면 그녀를 둘러싼 모..

피움뷰어 2014.09.27

[쿠디라트와 하프사트] 여성 계보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여성 계보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 다큐멘터리 -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스틸컷 ‘우리는 후대라는 것을 가질 수 있을까요?’ 일전에 여성학 강연을 들었을 때, 강연의 마지막 즈음 강사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때 그 강사는 남성들은 정치건 학문이건 너무도 자연스럽게 후대를 만들고, 그들의 이름을 남기는 데 과연 여성들도 같은 방식으로 후대를 만드는 게 가능한 지 질문했다. 당시 나는 당면한 현실이 급박한데 후대가 무슨 문제인가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얼마 전, 뜻하지 않은 사건에서 나는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한 정당이 심각한 내분을 겪고 그 내분의 원인으로 계파가 지목되었을 때였다. 각 계파는 자기가 원류로 삼은 선대의 이름을 내걸었는데, 그 중에 ‘여성’은 하나도 없는 게 아닌가..

피움뷰어 2014.09.27

[할머니 배구단] 노년에는 성장할 수 없다는 편견

노년에는 성장할 수 없다는 편견 - 다큐멘터리 -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스틸컷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뒤로, 한 여인이 달력의 마지막 장을 뜯어낸다. 그녀는 지난해는 버리겠다며, 뜯어낸 달력을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린다. 그리고 나지막이 창밖을 바라보며 ‘다음 해에는 무슨 일이 있을지 기대가 된다.’고 말한다. 이 장면의 주인공은 어떤 사람일까. 보다 구체적으로 이 장면 속 여인의 나이는 몇일까. 많은 대답이 나오겠지만 98이라는 숫자는 잘 나오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는 사실이다. 영화 ‘할머니 배구단’ 속 한 장면인 이 컷의 주인공은, 배구단의 최고령자 아흔여덟 살 ‘고로’이기 때문이다. 스포츠 영화로서 영화 ‘할머니 배구단’은 제목 그대로 할머니로 이루어진 배구팀의 이야기를 다룬..

피움뷰어 2014.09.27

[할머니 배구단] 안 보면 모른다, 유쾌발랄 할머니 배구단

안 보면 모른다, 유쾌발랄 할머니 배구단 - 다큐멘터리 -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스틸컷 “참 기대돼. 올해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고로(98세) ‘낙천주의자들’이라는 배구단이 있다. 고로는 그 배구단의 일원이다. 가장 어린 단원은 66세. 98세의 고로가 제일 연장자다. 노르웨이의 이 할머니 배구단은 유쾌하고 진지하게 배구에 임한다. 비록 정식 경기에서 주의해야 할 경기장 라인 색깔이 파란색인지 빨간색인지 잘 모르고, 공을 두 주먹으로 날려버리는 이른바 ‘복싱’ 기술을 구사하더라도 말이다. 지난 해의 달력을 버리며 고로는 말한다. 다가오는 새해가 참 기대된다고. ‘내일 모레’ 100세가 될 사람의 발언이라고 믿기엔 충격적이다. 고로를 지켜보는 관객이 충격에 휩싸인 이유는 자명하다. 노인과 내..

피움뷰어 2014.09.27

[가볍게, 더 높이] 뚤라시, 마지막 링 위에 오르다

뚤라시, 마지막 링 위에 오르다 - 다큐멘터리 -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스틸컷 이게 정말 다큐멘터리 영화야? 5,60년대, 사람보다 우선시 되는 것들이 너무 많았던 그 시절의 단상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아 이게 정말 동시대의 이야기인가 하는 의문이 계속된다. “나는 한 명의 여성군대에요. 기꺼이 혼자 싸울 거예요.” 영화 속 주인공 뚤라시는 불합리함과 악습을 타파하기 위한 마지막 링 위에 오른다. 국가에서 뽑는 복싱관련 일자리에 지원할 수 있는 마지막 나이 25살, 바로 그 경계 앞에 서있는 24살 뚤라시는 꼭 그 직업을 얻어 독립적인 여성이 되고 싶어 한다. 이것이 인도에서 ‘달릿’이라는 불가촉천민으로 태어난 그녀가 꿈꿀 수 있는 몇 안 되는 행복한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 꿈을 위해, 그녀 ..

피움뷰어 2014.09.27

[춤추는 별자리] 세상에는 너무 많은 계단이 있지만, 여기에는 아이댄스 무용단!

세상에는 너무 많은 계단이 있지만, 여기에는 아이댄스 무용단! - 다큐멘터리 -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스틸컷 영화의 관점은 나에게 충격을 주었다. 나는 이제까지 ‘장애’와 ‘표현’, ‘춤’을 묶어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춤추는 사람의 몸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건 프로포션이 좋다든가 오랜 시간 춤을 춰 근육이 발달한 몸에 대한 감탄과는 다른 감상이다. 아이댄스(iDANCE) 무용수들의 몸 그 자체가 하나의 사연이었다. 무용수들은 무대 위에 올라 춤을 출 때 비로소 나 자신이 된다고 했는데 무대에 오르는 게 쉽지 않다. 장애인 무용수를 올려주지 않는 무대에 대해 하는 말이 아니다. 백스테이지는 휠체어를 놓기엔 좁고 무대에 오르기 위해선 계단을 올라가야만 한다. 무용수들은 그래서 통로 공연..

피움뷰어 2014.09.27

[세피데] 18살 이란 소녀, 별을 쫓다

18살 이란 소녀, 별을 쫓다 - 다큐멘터리 -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스틸컷 하늘에 달과 별을 심어둔 건 신이다. 그런데 여자라는 이유로 아름답게 반짝이는 밤하늘을 보지 말라고 한다. 좋아하는 영화 대사가 생각났다. “신이 하신 일로 아이를 탓해선 안 되죠.” 영화 소개를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이갈리아의 딸들』이었다. 세피데가 움들만 될 수 있는 잠수부가 되고 싶어 하는 페트로니우스 같은 존재가 아니길 바라며 상영관에 들어갔다. 우주를 보는 소녀가 사는 곳은 좁은 곳이다. 저녁 이후의 외출은 주위의 수군거림을 산다. 자정에 나가 달이 질 때까지 천체관측을 하는 세피데에게 삼촌은 계속 그런다면 죽일 거라고 협박을 한다. 또래 소녀에게 자유롭게 할당된 세계는 학교와 동네 골목뿐이다. 밤이 되면..

피움뷰어 2014.09.27

[쿠디라트와 하프사트] 지향을 파괴하고 창조하라, 하프사트

지향을 파괴하고 창조하라, 하프사트 - 다큐멘터리 -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스틸컷 학부 심리학 교양수업에서 재밌는 실험을 한 기억이 있다. 사람은 반드시 어떠한 지향을 갖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실험이었다. 예를 들어, 짧고 긴 거리로 점(dot)들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본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잇고 싶어하고 또 실제로 잇는다는 것이다. 어떤 방향이든 어떤 모양이든,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당신이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그 점들을 잇고 있다는 것. 생각하지 말라는 코끼리를 자꾸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잇지 말라는 점을 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교수가 어떤 실험인지 알려주기 전에, 우리 모두는 이미 마음 속에 각자의 점들을 잇고 있었으므로. ‘지향’으로의 욕망은 ‘규정’으로의 욕망과 필연적으로 맞물린..

피움뷰어 2014.09.27

[애니메이션: 달팽이] 두 남학생의 알록달록 예쁘게 칠해진 손톱

두 남학생의 알록달록 예쁘게 칠해진 손톱 부제: 단상 위의 여장남자와 눈물 흘리는 사람 - 애니메이션 -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스틸컷 ‘네일아트’가 현대 여성의 미를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유동인구가 제법 되는 거리 곳곳에 네일아트 전문 상점이 자리 잡았고, 매니큐어를 사서 집에서 ‘셀프’로 예쁜 네일아트를 칠하는 것 역시 유행이다. 물론 이는 모두 ‘여성’에게 한정된 이야기이다. 네일아트는 분명 남녀를 불문한 패션 아이템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두 남학생의 알록달록 예쁘게 칠해진 손톱 ‘달팽이’에는 성환과 현호라는 두 남학생이 등장한다.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두 소년은 손톱을 각양각색의 네일아트로 꾸미며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현호는 ‘네일아트를..

피움뷰어 2014.09.27

[춤추는 별자리] “단지 장애가 있는 사회가 있을 뿐이다”

“단지 장애가 있는 사회가 있을 뿐이다” - 캐나다 아이댄스 무용단 다큐멘터리 -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스틸컷 춤추는 것이 좋아 모인 사람들 “우리 팀에서 장애가 있는 사람은 없어요. 단지 장애가 있는 사회가 있을 뿐이죠.” 아이댄스(iDANCE Edmonton Integrated Dance)의 단원들은 다른 댄스 팀의 단원들과는 다르다. 8등신의 날씬한 몸매를 가지지도 않았고, 뛰어난 테크닉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지도 않는다. 다만 그들은 가지각색의 다양한 개성을 뽐내며 무대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데, 그 개성은 댄스 팀 밖 사회에서는 ‘장애’라고 불리는 점이 독특한 점이라면 독특한 점이다. 휠체어를 탄 사람, 가족의 불화와 이민의 어려움으로 갈등을 겪은 사람, 성별 때문에 차별을 당한 사람, 모두들..

피움뷰어 2014.09.27

[파도 위의 여성들] 네덜란드에서 탄자니아에 이르기까지

네덜란드에서 탄자니아에 이르기까지 - 다큐멘터리 -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스틸컷 기존의 가능성을 뛰어넘는 것을 배운 그녀 영화의 제목 ‘파도 위의 여성들’은 레베카 곰퍼츠라는 한 네덜란드 여성의 주도로 시작된 여성인권 단체의 명칭이다. 레베카 곰퍼츠는 의학 대학과 예술 학교를 졸업한 뒤, 그린피스에서 낙태 전문 의사로 활동한다. 그녀는 자신이 예술 학교에서 “보는 것”, “기존의 가능성을 넘는 것”에 대해 배웠고, 때문에 소외받는 여성의 권리를 되찾아 주는 일에 종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 말 그대로 레베카 곰퍼츠의 단체는 네덜란드에서 아일랜드, 폴란드, 발트 해 연안, 포르투갈, 스페인 등 세계 곳곳을 망라하는 거대한 연계망을 형성하게 된다. 영화는 여러 나라의 여성들이 출산과 낙태의 권리를 ..

피움뷰어 2014.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