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뷰어 204

[집/마침내 날이 샌다/달팽이] 일상 속 놓치고 있던 폭력들을 붙잡다

일상 속 놓치고 있던 폭력들을 붙잡다 - , , 애니메이션 - 영화 때로,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들을 만난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난해함에 사로잡힌다. 이럴 때, 내가 찾아낸 답은 하나. ‘그 이면을 찾아내려 하지 말고 표면을 밝혀보자.’ 이환 감독의 , 한인미 감독의 , 진성민 감독의 의 세 편의 영화를 내리 보고 난 후 처음 든 생각은 ‘어렵다’ 였다. 그래서 더욱 그 표면에 주목했다. 가끔은 이면보다 표면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기도 하니까. 그러고 나니, 불편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왠지 모르는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아마도, 영화 속 드러난 폭력성 때문일 것이다. 눈에 보이는 폭력부터 꽁꽁 감춰진 폭력까지. 흔히 마주한 폭력부터 조금 낯선 폭력까지. 폭력의 집, ..

피움뷰어 2014.10.13

[가볍게, 더 높이] 진흙 속에서 꽃 피운 소녀의 이야기

진흙 속에서 꽃 피운 소녀의 이야기 - 다큐멘터리 -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누구에게나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가 있다. 인간은 타고난 이성과 양심을 지니고 있으며, 형제애의 정신에 입각해서 서로 간에 행동해야 한다.” 66년 전, 1948년 12월 10일 국제연합총회에서 58개국이 채택한 ‘세계인권선언’의 제 1조이다. 오래 전, 우리는 각자 다른 경제적, 이데올로기적, 정치적, 종교적, 문화적 배경 속에서도 당연하고 보편적 가치가 있음을 인정했다. 그 내용은 방대하지만, 한마디로 말하자면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가진다.’ 세계적으로 당연한 이 사실에, 당연하다는 듯 어기고 있는 국가, 인도. 인도인은 태어날 때부터 계급이 정해진다. 카스트 제도 ..

피움뷰어 2014.10.13

[원더우먼!] 여성영웅은 미디어를 넘을 수 있을까?

여성영웅은 미디어를 넘을 수 있을까? - 만화 속 히로인의 탄생과 오늘날의 여성상까지, - 두 가지 에피소드: 통념이 여성과 만날 때 실리콘밸리에는 공학계에 종사하는 여성 모임이 있는데, 어느 날 그녀들이 나누었다는 이야기는 여전히 놀랍다. 아들을 둔 여성들이 “커서 공대에 진학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 아들들은 “안 간다”고 답하며 이런 이유를 붙였단다. “공대는 여자들이 가는 데 잖아!” 주변에서 접하거나 눈에 띄는 여성들이 공학자일 때, 특히 엄마가 공학자이고 엄마 친구들도 모두 공학자일 때, 소년들이 ‘공대는 여자들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 같다. 에피소드 하나 더.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한 강연에서 던진 퀴즈인데, 참고로 나는 못 맞췄다. 혼잡한 병원 응..

피움뷰어 2014.10.01

[페미니스트에게 듣다] ‘페미니스트’가 가능한 조건을 위하여

‘페미니스트’가 가능한 조건을 위하여 - 다큐멘터리 - 얼마 전 배우 엠마 왓슨의 고백(?)이 큰 화제를 모았다. 이 고백은 다름 아닌, 그녀가 페미니스트라는 것이다. 엠마 왓슨은 유엔에서 양성평등 캠페인에 대한 연설을 하며 이런 고백을 감행하였다. 사실 누군가가 페미니스트라는 것이 숨겨야 할 비밀이어선 안 된다. 누군가가 스스로가 ‘페미니스트’임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고, 그 사람을 주저하게 만드는 압력이 존재한다면 그런 세상은 제대로 된 세상일 리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엠마 왓슨의 이 고백 아닌 고백 이후로, 지금의 세계가 결코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 좋은 곳이 아님이 밝혀진 것이다.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는 왓슨의 연설 후로, 그녀의 누드 사진을 공개하겠다는 웹사이트가 개설되었으며, 그와 동시에 ..

피움뷰어 2014.10.01

[셰에라자드, 감옥 안의 여자들] ‘자기만의 방’으로서 감옥

‘자기만의 방’으로서 감옥 - 다큐멘터리 - 에세이 『자기만의 방』의 시작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선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말을 한다. 글쓰기가 자기표현의 한 방식이라고 전제한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은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고, 성찰하며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조건일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기능이다. 울프가 언급한 ‘자기만의 방’의 기능만 한다면 그 공간은 어떤 곳이어도 상관은 없다. 그 공간은 카페일 수도, 도서관일 수도, 거리일 수도 있다. 을 보다 문득 그런 질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감옥 또한 그런 공간일 수 있을까. 감옥에서 자신을 찾는 역설 영화 은 레바논 바브다 교도소의 여성 수감자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이들은 10개월의 시간동안 치료 ..

피움뷰어 2014.10.01

[그날 밤] 객관성이라는 환상

객관성이라는 환상 - 다큐멘터리 - 피해의 ‘현재성’, 누구의 현재성? 언젠가 형법 수업을 들었던 날,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을 설명하며 교수님이 한 성폭력 사건을 예로 든 일이 있다. 사건은 오랜 기간 동안 의붓아버지의 성폭력에 시달려 온 한 여성이,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성적 학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의붓아버지를 살해하기에 이른 일이다. 그 말투만큼이나 건조하게 교수님은 이렇게 설명했다. 피고가 성적 학대에 시달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성적 학대가 의붓아버지를 살해할 당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피해의 현재성’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당방위는 성립하지 못한다. 끝. 하지만 나는 의문이 들었다. 그 현재란 누구를 기준으로 한 개념일까. 십 년 넘게 상시적으로 성폭력에 시달..

피움뷰어 2014.10.01

[녹 / 소풍] 고인 물의 세계와 푸른 하늘의 교차로

고인 물의 세계와 푸른 하늘의 교차로 - 경쟁부문 , - 고인 물에 빠진 이들의 이야기 고여 있는 물은 시간이 멈춘 세계이다. 모든 것이 정지된 채 그저 원래 있던 자리에서 서서히 썩어갈 뿐. 사라지지도 못하고 자신이 ‘고여’있음에 절망해야 하는, 발버둥조차 치기 버거운 그런 세계다. 이 두 편의 영화는, 바로 이런 고인 물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두 가족의 이야기이다. 녹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 은 네 명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가족을 보여준다. 귀를 닫고 입을 다물어버린 어머니, 가족의 머리 위에 군림하는 아버지, 아버지의 폭행을 동생에게 되풀이 하는 오빠와 집 대문의 녹을 떼어내는 소녀. 아빠, 엄마, 아들, 딸의 이름으로,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살고 있지만 이들은 마치 정해진 규율을 따르고, 질서를 지키..

피움뷰어 2014.10.01

[수지] 상처를 부수는 그녀의 주먹

상처를 부수는 그녀의 주먹 - 경쟁부문 수상작 - 상처를 부수는 그녀의 주먹 평범해 보이는 한 소녀, 수지. 여리고 얇은 몸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는 격투기에 뛰어난 소녀이다. 구청에서 시행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해, 복지 대상자에 집에 방문하게 된 수지는, 그곳에서 우연히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게 된다. 바로 그녀의 아버지. 그녀를 세상에 태어나게 함과 동시에 가장 큰 고통과 상처를 안겨준 사람. 쓰다듬는 손, 엄마에게 말하면 안된다던 목소리, 이불 밑으로 엉겨 붙던 다리. 수지를 비참하게 만드는 상처들을 만들어 낸 그 장본인은 다시 자신을 찾아온 수지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많이 컸네” 라고 말한다. 수지는 더 이상 입을 다물지 않는다. 이젠 아무것도 아닌 그를 향해 주먹을 날리며, 자신을 고통스럽게 했던 ..

피움뷰어 2014.10.01

[할머니 배구단] 네트를 넘는 그녀들의 도전

네트를 넘는 그녀들의 도전 - 다큐멘터리 -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늙음에 대하여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피로감을 느끼며 무기력해지는 모습이, 힘없이 털썩 앉아있는 모습이 우리가 생각하는 늙은이들의 모습이다. 늙음의 과정을 거쳐 주름진 이들을 우리는 ‘노인’이라 부른다. 검버섯이 핀 볼, 주름진 몸, 흰머리, 앙상한 팔과 다리, 느린 걸음, 굽은 등. 보통의 사람들이 노인들에 대해 생각할 때 떠올려지는 이미지들이다. 그런데, 우리의 이런 생각에 강스파이크를 날리는 이들이 있다. 노르웨이의 여성 배구단 ‘낙천주의자들’이 바로 그것이다. 네트를 넘는 그녀들의 도전 66세부터 98세까지의 노인들로 이루어진 여성 배구단 ‘낙천주의자들’. 창단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한번도 제대로 된 시합을 치러보지 못했..

피움뷰어 2014.10.01

[우리 공주님] 학교폭력 그리고 성폭력

학교폭력 그리고 성폭력 - -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택시 기사 순철, 한 학생을 태우다 이혼한 택시 기사인 순철이 딸을 혼자 키우는데 늦은 밤에 근무하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함께 보내지 못한다. 어느 날 한 고등학교 여학생이 순철의 택시에 탄다. 무례한 말투와 욕설로 순수한 소녀에 대한 고정관념과 정반대다. 그런데 순철은 학생이 전화하는 것을 들으면서 어떠한 폭행을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의심이 하게 된다. 주제도 제목도 유사한 (이수진, 2014년)를 떠올릴 수밖에 없지만 이 영화는 피해자의 묘사보다 가해자를 묘사하는 영화다. 젊음의 잔인성, 학교 폭력, 성에 대한 '이중기준' 천 마디 말보다 한 번 보는 게 더 낫다는 속담처럼, 영화를 잘 제작될 때 몇 분 안에서도, 몇 프레임 안에서도 여..

피움뷰어 2014.10.01

[할머니 배구단] 나의 할머니에게 바치는 영화

나의 할머니에게 바치는 영화 - 다큐멘터리 - 나이가 든다는 것의 두려움 알츠하이머로 기력을 잃고 쇼파에 누워있는 할머니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본적이 있다. 항상 손도 크고 마음도 넉넉하여 많은 사람들을 돕고 사신 나의 외할머니. 이젠 병으로 몸조차 혼자 가누지 못하고 누워있는 자신을 한탄하다 언젠가부터 말을 잊으셨다. 움직임도, 기억도 점점 멈춰가는 할머니를 보며 나이듦에 대해 처음으로 두려워졌다. 짙은 주름 뒤에 자리잡은 깊은 눈을 보고있자면 죽음과 가까워지는, 그것을 내 힘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다는 막막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추석이라 요양원이 쉬는 관계로 요 며칠 우리집에 계셨던 할머니는, 밥도 화장실도 혼자 해결할 수 없었다. 갓 태어난 신생아처럼 항상 누군가 옆에서 먹여주고 치워주고 이야기를..

피움뷰어 2014.10.01

[원더우먼] 원더우먼은 계속되어야 한다

원더우먼은 계속되어야 한다 - 다큐멘터리 - 은 여성영웅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했다. 왜 영웅들 중에 떠오르는 여성이 별로 없을까. 그 희미한 기억 속에서 영화는 시대별 원더우먼을 그리는 변화의 모습과 여권신장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그려가고 있다. 1941년 미국, 처음 등장한 원더우먼 미국 대공황 이후, 피폐해진 삶에 대한 저항으로 영웅들이 한참 인기를 얻고 있었다. 이에 힘입어 1941년 12월, 처음 등장한 원더우먼은 남성 제작자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여성으로써 주체적인 영웅의 역할을 갖고 있었다. 이는 세계2차대전 당시 남성의 파병으로 빈 일자리를 여성이 대체함으로써 노동시장에 유입되었고, 국가는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당시 일하는 여성들은 원더우먼이 되어 기존에 남성만이 차지했던 일자리..

피움뷰어 2014.10.01

[페미니스트에게 듣다] 한국판 ‘페미니스트에게 듣다’를 꿈꾸며

한국판 ‘페미니스트에게 듣다’를 꿈꾸며 - 다큐멘터리 - 왜 사람들은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어려워할까? 언제부턴가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는 마치 비밀집단의 암호처럼 은밀하게 이야기되고, 이를 발설할 시에는 마치 남산 저 아래 이름모를 밀실에 갖혀 고문을 당할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하였다. 과장하여 말했지만 페미니즘이라는 말이 갖는 힘,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은 무겁고 두렵다. 영화 ‘페미니스트에게 듣다’는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왜 사람들은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어려워할까? 감독 제니퍼 리는 여성운동에 참여했던 페미니스트들을 인터뷰 하면서 그 해답을 찾아가는 그려간다. 그리고 여성주의 교과서처럼 시대별로 여성주의를 읊어가는 전개 속에서 두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하나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여성주..

피움뷰어 2014.10.01

[할머니 배구단] ‘시작’의 적당한 ‘때’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작’의 적당한 ‘때’는 존재하지 않는다 - 다큐멘터리 - 한 발 서기가 어려운 할머니들 나이가 들면 작은 글자는 돋보기안경이 없이는 보기 어려워지며, 걸음걸이와 말투는 느려지고, 한 발로 균형을 잡는 것이 어려워지게 된다. 이렇게 신체적인 변화와 함께 ‘변화’보다는 ‘안전’을, ‘도전’보다는 ‘후퇴’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최연소 회원이 66세이며 최고령 회원이 98세인 고령의 여성 배구단이 있다. 98세의 나이로 최고령 회원인 ‘고로’ 할머니는 ‘낙천주의자’ 배구단의 창립 멤버이자, 에이스 멤버이다. 할머니들은 매일 아침 한적한 아침식사와 함께 건강을 위해 생선가루를 섞은 맥주 효모를 마신다. 그리고 그들은 오늘도 체육관에 모여 복싱 주먹으로 배구공을 날린다. 현실에 안주하는 세대에게 날리..

피움뷰어 2014.10.01

[셰에라자드, 감옥 안의 여자들] 스스로 치유하는 여자들, 사회를 치유하려는 여자들

스스로 치유하는 여자들, 사회를 치유하려는 여자들 - 다큐멘터리 - ‘아라비안나이트’ 속 전설의 왕비 ‘셰에라자드’ 페르시아어로 ‘영토’를 뜻하는 단어와 ‘자유’라는 단어가 합쳐진 합성어인 ‘셰에라자드’는 아랍 민족의 설화에 나오는 ‘술탄’의 왕비이다. 여자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아랍의 왕인 ‘술탄’은 밤마다 나라의 처녀들을 한 명씩 죽이며 분노를 표출하였다. 고관의 딸이었던 현명한 ‘셰에라자드’는 ‘술탄’에게 매일 밤 가지각색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서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설화 속 ‘셰에라자드’는 ‘술탄’에게 살아남기 위해 이야기를 하였으며, 바브다 교도소의 여성 수감자들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하며 살아가기 위해 “바브다의 셰에라자드”가 되어 이야기한다. ‘천일야화’처럼 가지각색의 상처들 무..

피움뷰어 2014.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