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뷰어 204

가족의 재발견: 가족의 유일한 조건은, 조건 없음

가족의 재발견: 가족의 유일한 조건은, 조건 없음동성결혼 법제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경은_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영화는 판자로 만들어진 세트와 귀여운 장난감들로 시작되고, 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다소 의아함을 느낄 것이다. 유치하게 웬 인형극일까 하며 들여다보면, 영화는 뜨거웠던 동성 결혼 법제화 운동의 과정을 안고 있다. 프랑스의 동성 결혼 법제화를 배경으로 한 를 통해, 사회학자 이렌 테리에게서 전혀 새로운 결혼과 가족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자. 제 10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스틸컷 “결혼은 계속 변한단다” 조상들의 결혼도 오늘날의 결혼과 똑같았을까? 사회학자 테리는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가장한 역사 속 결혼의 단면들을 들려준다. 혼외 임신으로 고통받았던 증조할머니, 결혼을 통해 사회에 ..

피움뷰어 2016.10.05

분노의 여신들_당신은 웃고 울고 화내고, 다시 웃을 것이다

당신은 웃고 울고 화내고, 다시 웃을 것이다- 인도 여성들의 자매애를 다룬 영화 - 지원 여성인권영화제 기자단 인도 여성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 은 사진작가 프리다가 그의 깜짝 결혼 소식을 알리기 위해 인도 각지에 흩어진 친한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일곱 여성의 다채롭고 풍성한 삶의 경험은, 그 자체로도 인도의 가부장적 문화를 꿰뚫는 페미니즘의 눈과 귀가 된다. 음악과 노래가 어우러진, 인도 영화 특유의 흥과 유쾌함은 덤이다. 다양한 매력을 가진 이 영화에서 세 가지 관람 포인트를 뽑아보았다. 약자, 그러나 약하지 않은 그녀들영화의 제목에도 드러나듯,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는 인도의 여신 숭배 문화이다. 악이 세계를 지배하면 여신 두르가가 사나운 모습으로 변신해 악을 무찌르는데, 그가 바로 인도..

피움뷰어 2016.09.29

우리는 이미 뭔가를 건너왔다 <델마와 루이스>

우리는 이미 뭔가를 건너왔다페미니즘 로드무비 지혜_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붉은 평원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초록색 오픈카 한 대가 평원을 가로지른다. 카메라는 익스트림 롱쇼트로 자동차의 질주를 담아낸다. 오픈카에는 두 젊은 여성, 델마(지나 데이비스)와 루이스(수잔 서랜든)가 타고 있다. 이들은 범죄를 저지른 후 멕시코를 향해 도망가는 중이다. 사뭇 들뜬 그들의 표정이 클로즈업되는 동안, 경찰차 한 대가 화면에 잡힌다. 경찰차는 경적을 울리며 오픈카를 추격하고, 카메라는 두 여성의 당황한 표정을 다시 클로즈업한다. 시동을 끄고 정지한 자동차, 다가오는 경찰, 차에서 내리는 루이스, 상황을 지켜보는 델마. 이제 무슨 일이 생길까. 잠시 후, 초록색 오픈카는 다시 평원을 질주한다. 어찌된 일인지, 경찰의 모습..

피움뷰어 2016.09.29

<막이 내리기 전에>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 ― 벨기에/독일 다큐멘터리 원 That's Life 나의 삶을 결정하는 것과 나의 사랑을 결정하는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를 결정하는 건 뭘까. 토마스 발너 감독의 다큐멘터리 는 ‘가르데니아’라는 작품으로 무대에 오르는 트랜스젠더와 드랙퀸의 삶을 조명한다. 자신을 무대 위에 올림으로써 자신들의 삶 그 자체로 목소리를 내는, 그들은 존재한다. 사랑받고 버림받고 구타당하고 쫓겨 다니고― 건강하고 아름답고 귀여운 생활을 한다. 무대 아래에는 일상이 있다. 잘생기고 아름다운 괴물 그들은 꽃 같다. 가르데니아는 치자나무의 학명이다. 치자 꽃은 향이 강해서 그 향기가 멀리까지 전달된다고 한다. 무대 위에 오른 그들은 그 향기처럼, 자신의 모습과 삶과 목소리를 전달한다. 트랜스젠더..

피움뷰어 2015.09.28

[완전히 안전한]여성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던 안전 영역

여성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던 안전 영역-- 무스티 다양한 투쟁의 담론 속에서 소외되는 여성인권 이 영화는 독일 난민캠프에서 난민을 위한 운동을 하는 도중에 발생한 데이트 강간에 대해 다루고 있다. 난민캠프에서의 시위라는 것 자체가 많은 투쟁을 내포하고 있다. 인종의 문제, 독일인과 난민이라는 신분의 문제, 시위권의 문제 등등. 이처럼 다양한 거대 담론들 속에서 여성인권의 문제는 간과된다. 비단 이 난민캠프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파도가 밀려오는데 조개나 주울 수는 없다'는 등의 이유로 다양한 투쟁 담론 속에서 성폭력 문제는 소외되어 왔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한다든가, 우리에게는 더 중요한 안건이 남아있다든가 하는 의견들 속에서 성폭행이라는 범죄는 사소하고, 개인적이고, 덜 중요한 일이 ..

피움뷰어 2015.09.25

[아버지의 비디오] 한 뷰어의 고백의 방향

한 뷰어의 고백의 방향 스티어 프레드릭 다큐멘터리라면서 사적인 전기라면서 홈비디오인 독특한 영화인 는 올해 여성영화제에서 국내 개봉했다. 미국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개봉한 (2014, 홍재희)과의 유사성 너무나 강해서 ‘네가 나를 바라본다’ 대신 라는 제목을 짓고, 상영 후에 피움톡톡에서 홍재희 감독과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작품들의 유사하다는 점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문화 사이에서도 힘든데도 보편적인 이야기라는 사실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뇌졸중을 겪은 후에 영화 감독인 린다 브라운은 아버지의 치료를 다루면서 이에 대해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을 한다. 그리고 아버지에 사망에 대처해야 하면서 ‘나는 내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정말 알고 있는가’ 자문하게 된다. 이..

피움뷰어 2015.09.25

[달팽이관]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경쟁 부문 출품작 - 김미정 보이지 않는 벽, 그리고 차별 이 영화의 도입부에는 작은 달팽이 집 하나를 에워싼 아이들이 나온다. 그 아이들은 넘치는 호기심으로 그 달팽이 집을 눌러도 보고 발로 건드려도 본다. 하지만 달팽이는 반응하지 않고, 아이들은 달팽이가 없는 그냥 텅 빈 껍데기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떠나가고 그 달팽이 집에 조금씩 금이 가면서 그 껍데기는 조금씩 부숴져 간다. 이 장면에서 한 여자 아이가 등장하며 장면이 오버랩된다. 방금 전 스크린에서 본 그 달팽이 집이 이 여자아이를 가두었던 벽임을 금세 눈치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영화 도입부에 나왔던 이 달팽이는 왜 빈 껍데기인 척을 했던 걸까? 우리 사회에는 성차별이 너무나도 만연하다. 이제는 ..

피움뷰어 2015.09.21

<생선구이 다리집><엄마의 사연첩> 가족의 방향

가족의 방향 ― 한국 영화 한국 다큐멘터리 원 가족이라는 글씨는 못생겼다. 자주 안 써보는 글자이기 때문에 예쁘게 쓸 줄 모르는 것이다. 관계는 난로처럼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말에 감명 받은 적이 있다.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가족이란 너무 가까워서 타버린 존재들일까. 가족을 몇 번 더 쓴다. 마음에 드는 가족을 쓸 수 있게 된다. 나는 가족을 가족이라고만 말하고 싶다. 가족은 가족이기 때문이고 나 같은 경우엔 덧붙일 말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가끔 이 사람들이 나의 가족이어서 다행이다 마음이 놓인다고 생각할 때, 이 사람들이 나의 가족인가, 가족이네― 하고 느낄 때 그들에 대한 사랑을 느낀다. 나이프의 칼날과 손잡이 “불운은 나이프와 같은 것이다. 칼날을 잡으면 손을 베이지만 손잡이를 잡으면 도움..

피움뷰어 2015.09.21

[대담한 항해]내 생각대로 살아 간다는 것

내 생각대로 살아 간다는 것 -최연소 세계일주 항해사 로라 텍커 이야기- 이연경 로라 덱커, 최연소 세계일주 항해사를 꿈꾸다. 네덜란드에서 살고 있는 13살 로라 덱커는 혼자 세계를 항해한 최연소 항해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같은 것을 보고 사는 것보다 다양한 세계를 만나며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반대했지만 결국 로라의 꿈을 지지한다. 로라는 여행 경비를 후원 받기 위해 자신의 꿈과 계획을 사람들에게 알린다. 여행을 위해 학교를 그만두려 하자 아동보호관계자가 자신과 아버지를 떨어트려 놓기 위해 소송을 걸고 네덜란드 정부도 로라의 항해에 반대 입장을 밝힌다. 로라는 10개월간 소송 끝에 항해를 갈 수 있게 된다. 로라가 항해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 로라는 뉴질랜드 바다 위 보트..

피움뷰어 2015.09.21

[운명입니까] 피해자에 대한 책망

피해자를 보는 외부인의 시선 장미 언니 라켈리는 가정 폭력으로 쉼터에 있다가 집에 돌아왔다. 동생 드로어는 언니를 돕기 위해 같이 지내면서 라켈리의 일상을 필름으로 기록한다. 하지만 라켈리를 향한 드로어의 시선은 그리 상냥하지 않았다. “그럼 나더러 어쩌라고, 울어?” 쉼터에 몇 달은 더 머물 수 있던 라켈리가 집에 돌아온 이유는 단순했다. 사람은 제 자리를 찾아가는 법이고, 집이 바로 라켈리가 있어야 할 자리였기 때문이다. 드로어는 라켈리에게 오래간만에 집에 온 소감을 물었지만 라켈리는 와야 할 곳에 와 있는 게 당연하다는 듯, 별 소감이 없었다. 집을 비운 동안 온갖 곳에 먼지가 쌓였다. 집은 청소가 필요했고, 빨랫감은 널려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드로어에게 라켈리는 지금 당장..

피움뷰어 2015.09.20

[열정의 끝/집에 오는 길] 소녀의 세계에서 어른의 세계까지

소녀의 세계에서 어른의 세계까지- 픽션 , 애니메이션 - 류희정 , 10대의 자신의 세계. 그녀의 사소하지 않은 열정을 만나다. 주인공 미란은 체육대회 단체 줄넘기를 연습하다가, 자꾸만 줄에 걸린다. 연습을 감독하던 담임선생님은 더 잘하는 반 친구와 그녀의 자리를 바꾸기를 원한다. 순식간에 그녀의 자리를 뺏겨버린 미란은 더 잘할 거다, 연습해오겠다고 말한다. 학교가 끝나고 미란은 매일같이 줄넘기 연습을 한다. 이전보다 그녀의 실력은 빼어나게 늘었지만, 여전히 그녀는 단체 줄넘기의 걸림돌이었다. 담임선생님은 그녀의 종목을 바꾸라고 권유하다, 이내 화를 낸다. 선생님의 눈에 미란의 줄넘기는 ‘고집’이었기 때문이다. 그녀 탓에 반 친구들은 좋은 줄넘기 성적을 거두지 못할 거고, 이는 곧 체육대회 전체에서 좋은..

피움뷰어 2015.09.20

[외도의 합리적 해결] 관계의 끝자락에서 찾은 자신과의 만남

관계의 끝자락에서 찾은 자신과의 만남 외도를 해결하는 그들만의 합의 이진주 고통스러울 정도로 합리적인 그들의 해결방법 교회에서 부부상담을 하는 모범적인 엘란드, 마이 부부. 어느날 엘란드는 그의 직장동료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세반에릭의 부인인, 카린과 찌릿한 사랑에 빠져버린다. 엘란드는 4자 대면을 통해 불륜사실을 고백한다. 상대 배우자들은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고, 엘란드와 카린의 순간적인 사랑은 언젠가 식을 것이니 그때까지만 4명이 한 집에 같이 살자는 합의하에 그들의 이상한 동거는 시작된다. 엘란드의 이 해결방법은 이성적으로 봤을 때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제안이다. 성별을 초월해 인간 대 인간으로 문제를 직면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일이라는 것이 언제나 이성적으로 흘러갈 수는 없는 법이다. ..

피움뷰어 2015.09.20

[결혼전야] 애증의 모녀관계,하지만 누구보다 사랑해

애증의 모녀관계, 하지만 누구보다 사랑해- 결혼 전날, 엄마와 딸의 하룻밤 - 이진주 나 시집가는거 아니야, 결혼하는 거야! 결혼 전날 밤, 엄마는 딸이 가난한 연극배우에게 시집을 간다며 걱정을 늘어놓는다. 딸도 돈이 안 되는 연극을 하니, 남편은 제대로 된 직장이 있어야 한다며 잘나가는 과거 애인의 안부까지 물으며 다소 아쉬워한다. 하지만 딸은 서로 좋아하는 일 그만둘 거면 그깟 결혼을 왜하냐며 소리친다. 사실 정말 당연한 말이지만 현대사회에서 그렇지 못한 부부, 특히 여성들이 많다. 결혼 후, 혹은 아이가 생기면 원하든 원치 않든 직업을 버리거나 이직하는 여성이 대부분일 것이다. 물론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이지만 정말 본인을 위한 결정인지는 의문이다.또 딸은 “시집가는거 아니야, 결혼하는 거야!”라..

피움뷰어 2015.09.20

[7년간의 투쟁] 성폭력의 사회적 배경과 개선의 방향

성폭력의 사회적 배경과 개선의 방향--스티어 프레드릭 범죄가 한 사건일 때는 개인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반복적으로, 한 단체 중심적으로 향하거나, 정의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시회적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학대를 당하는 아이를 돕고자 호주에서 온 봉사활동가인 샬롯 켐벨 스테판 (Charlotte Campbell Stephen)이 케냐에 도착한지 2개월만에 당한 집단 강간은 하나의 단일 범죄였다. 그러나 강간, 아동 성 학대와 기본적 생활의 필수품을 얻기 위한 생존 섹스 (survival sex)를 포함한 케냐에서의 수많은 성폭행 사건들을 모두살펴볼 때, 사회적 차원의 문제라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재판 때 한 피고 측 변호사가 증거물을 숨기거나 바꾸는 행위는 법정 모독이자 사법 방해죄였다..

피움뷰어 2015.09.19

[인도의 딸] 빛이 된 인도의 딸, 조티

빛이 된 인도의 딸, 조티다큐멘터리 - 장미_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일요일 저녁, 친구와 영화를 보고 돌아가던 조티는 사설 버스를 탔다. 버스는 고속도로를 돌고, 조티는 6명에게 강간을 당했다. 가해자들은 피를 흘리는 조티를 죽었다고 생각해서 버스 밖으로 버렸다. 빛을 의미하는 이름, 조티 조티는 하나뿐인 딸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아들을 선호했지만 조티의 부모는 아들이든 딸이든 똑같이 행복하다고 했다. 아빠와 길을 걸으며 달은 왜 뜨냐고 묻던 조티는 자라서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돈이 있다면 교육 자금에 보태달라고 했고, 조티를 위해서 부모는 물려받은 땅을 팔았다. 그래도 부족해서 조티는 국제 콜센터에서 야간 조로 일하면서 돈을 보탰다. 서너 시간만 자던 조티에게는 하고 싶..

피움뷰어 2015.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