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뷰어 204

[외모등급] 엉뚱함 뒤에 묻어나는 알싸한 현실의 맛

엉뚱함 뒤에 묻어나는 알싸한 현실의 맛 - 다큐멘터리 - 코미디 같지만 곱씹으면 느껴지는 현실 외모등급정책이 시행되었다. 취업에서 외모를 보듯 성적에도 외모를 반영한다는 정책이다. 외모등급의 평가는 얼굴, 몸매, 위생의 항목에 걸쳐 공정하게 이루어지며 7일마다 평가 결과가 고지된다. 전교 1등인 유림이의 외모등급은 6등급에서 8등급, 그리고 관리등급대상까지 내려간다. 등급표를 받지 않기 위해 페이스북 사진도 바꾸고 CCTV도 피하고 썬캡으로 얼굴을 가리는 데 매주 등급표가 도착한다. 교문 앞엔 족집게 학원 전단지 대신 족집게 성형외과 전단지가 배부되기 시작하고, 외모에 관심 없던 것 같은 단짝은 성형수술을 하고 수업 중에 화장을 한다. ‘취업 성형’, ‘면접 프리패스 얼굴’같은 새로운 말들이 나오는 요즘..

피움뷰어 2014.10.17

[마이 차일드] 내 아이가 살아 갈 세상을 위하여

내 아이가 살아 갈 세상을 위하여 - 성소수자 부모 모임 다큐멘터리 - 이야기의 시작은 평범했다. 언제 어디에서 태어났고, 어떤 가정에서 자라 일찍, 혹은 남들과 비슷하게 결혼을 하고 임신하게 된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아들을 바라기도 했고, 딸을 바라기도 했다. 아이들은 태어나고 몇 년 뒤 남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부모는 우아하게 섬세한 아이에게 남자답게 굴라고 했다. 액세서리도, 드레스도 좋아하지 않는 아이가 유치원의 어느 무리에도 속하지 못하자 선생님은 아이에게 여성스럽게 입히라고 했다. 그때만 해도 큰 문제 같지 않았다. 동성애를 병이라고 생각했던 부모들 처음엔 사춘기로 치부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고 믿었다. 아이가 게이/레즈비언인 건 그들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심리학자를 찾아..

피움뷰어 2014.10.17

[52번의 화요일] 엄마는 새로운 이름을 지었다

엄마는 새로운 이름을 지었다 - 영화 - 영화를 보기 전 엄마가 남자가 되겠다고 하면 어떨지를 상상해봤다. 나는 엄마를 매우 사랑하기 때문에 엄마의 선택을 무조건 지지할 것은 분명했지만 확신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었다. 엄마를 전과 똑같이 대할 수 있을까? 외형이 바뀌었을 때 어색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영화를 보고 나서 내 고민은 너무나 가벼웠던 것임을 깨달았다. 엄마는 한 순간에 남자가 될 수 없으며, 남자가 되는 과정은 어렵고 힘들며 원하는 만큼 변화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욕망, 책임, 변화 딸 빌리에게 젖을 먹일 때 제일 행복했다는 엄마(제인)가 남자가 되고 싶다고 한다. 엄마에게 제인이란 이름 대신 제임스란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 빌리는 이름을 바꾼 엄마에게 아빠라고 불러본다. 어려서부터..

피움뷰어 2014.10.17

[23℃] 외로운 할머니의 너무나도 추운 겨울

외로운 할머니의 너무나도 추운 겨울 - 영화 - 할머니에게 찾아오는 건 119와 복지사의 전화 한 통뿐 할머니는 보일러가 고장이 나서 추워죽겠다고 119에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고 출동하는 고참 직원은 또 보일러 이야기겠지, 익숙한 일처럼 할머니를 찾아간다. 할머니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종이를 태우고 있었는데 그 중에 가스요금 체납 고지서가 있었다. 직원이 “할머니, 돈을 안 내셔서 가스가 끊긴 거예요”라고 말해도 할머니는 알아듣지 못하신다. 그날 하루만 두 번 할머니의 집을 찾아준 직원들에게 밥이라도 먹고 가라고 하지만 직원들은 업무시간이라고 돌아간다. 사실 그날은 할머니의 생일이었다. 해가 진 저녁, 할머니 집에 한 통에 전화가 걸려온다. 할머니는 아들이 찾아왔다고 거짓말을 하고 복지사는 잘 됐다며..

피움뷰어 2014.10.17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가정폭력을 넘어서기 위해서

가정폭력을 넘어서기 위해서 - 다큐멘터리 -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가정폭력은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집안일’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당신 탓이 아니에요.” “당신은 소중한 존재니까요. 아무도 함부로 말 못하게 해요.” 가정폭력이란 말을 들으면 여성학 수업에서 들은 한 사례가 생각난다. 아내의 비명소리를 들은 이웃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남편이 ‘집안일’이라고 둘러대며 경찰을 돌려보냈다는 이야기다. 90년대의 일이었고, 지금은 그렇게 무마할 수 없다고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가정폭력은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집안일’이다. 영화는 가정폭력의 경험이 있는 변호인이자 강사인 킷이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여성들을 위해 활동하는 내용을 보여준다. 한 사례로, 디에나는 딸과 함께 남편에게 납치당해 나흘 동안..

피움뷰어 2014.10.17

[나와 나의 거리] 꿈을 향한 다양한 시선들이 부딪히는 곳, 우리는 그 곳에서 질주하고 있다

꿈을 향한 다양한 시선들이 부딪히는 곳, 우리는 그 곳에서 질주하고 있다 - 다큐멘터리 - 2014년 9월 25일부터 나흘간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에서 열리는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FIWOM)’의 이번 주제는 ‘질주’이다. 피움의 메인페이지를 들어가기 전에 보이는 위 그림에서 ‘질주’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분홍은 여성인권의 뿌리이고 파랑은 여성인권운동가들의 현실에서의 분투 그리고 초록은 여성인권의 향상이라 짐작해 본다. 그런데 이 그림은 단순히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얇으나마 뿌리가 계속 내려지고 있으며 파도들은 부딪혀 물방울로 부서지고 산은 계속 위를 향해 자란다. 질주가 끝나지 않은 것이다. 질주 중이다. 그래서 나는 나와 동세대들인 20대의 질주가 궁금하여 ‘피움초이스’..

피움뷰어 2014.10.17

[세에라자드, 감옥 안의 여자들] 희극으로 나아가는 긴 터널에서 울려퍼지는 목소리

희극으로 나아가는 긴 터널에서 울려퍼지는 목소리 - 감옥에서 펼쳐진 연극, - 모두 다른 사연과 이야기를 지닌 여성들 참으로 희극은 어려운 것이다. 비극을 넘어서야만 희극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슬픔과 절망이 없다면, 희극은 만들어지기 어렵다.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야만, 터널의 그 끝이 보이고, 저 멀리 빛이 새어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은 이렇듯, 모두 다른 사연과 이야기를 지닌 여성들이 모인 감옥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녀들은 각기 다른 죄목으로 이곳에 들어왔지만, 그녀들은 연극을 통해 한 자리에 모여 자신의 마음을 열어 보인다. 그녀들의 연극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카메라는 놓여진다. 그리고, 그녀들의 침묵을 깬, 이야기들이 시작된다. 두려움과 공포, 슬픔과 절망... 그녀들의 ..

피움뷰어 2014.10.17

[52번째 화요일/마이 차일드] 나는 당신과, 당신 곁에 있는 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당신과, 당신 곁에 있는 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 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 성별은 선택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벗어버리기 힘든 짐을 안고 살아간다. 선택의 여지 없이 세상의 빛을 마주하는 순간-혹은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단순히 신체 구조를 가지고 여자, 남자로 구분되고 규정된다.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는 것과 같이, 성별은 선택할 수 없는 어떤 것이라 규정되어 그렇게 교육받고, 길러진다. 여자 혹은 남자로 구분된 아이는 이 사회의, 가장 가깝게는 부모의 양육방식에서부터 여자, 남자의 구분을 습득하고, 이에 맞게 살아가게 된다. 마치 매뉴얼이 있는 것처럼 여자와 남자의 역할, 선호, 놀이 등은 자연스러..

피움뷰어 2014.10.17

[파도 위의 여성들] 여성의 몸은 ‘그 배’ 위에서 온전히 제 것이 된다

여성의 몸은 ‘그 배’ 위에서 온전히 제 것이 된다 레베카 곰퍼츠와 그녀의 프로젝트가 전하는 용기와 변화를 말하다 - 다큐멘터리 - 영화는 한 통의 편지로 시작한다. 발신인은 두려워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수신인은 '파도 위의 여성들(Women on Waves)'. 발신인은 미혼 임신으로 아이를 낳아선 안 되지만 발신인의 나라에서 낙태는 불법이다. 그녀의 선택지엔 표백제 마시기가 있지만 죽게 될까 무섭다. 그러다 ‘그 배’에 대해 듣는다. 법의 그물에 걸리지 않지만 아이를 지울 수 있다는 ‘그 배’에 대해서. 편지의 수신인은 ‘배’(Vessel)를 운영한다. '파도 위의 여성들'은 네덜란드 산부인과 의사 레베카 곰퍼츠(Rebecca Gomperts)가 시작한 프로젝트의 이름이자 국제수역에서 낙태 유..

피움뷰어 2014.10.16

[세피데] 나는 성공할거에요, 존경하는 아인슈타인 선생님처럼

나는 성공할거에요, 존경하는 아인슈타인 선생님처럼 - 다큐멘터리 - “연못에 사는 물고기는 연못을 두르고 있는 울타리를 원망하지 않는다. 다만 바다를 꿈꾸지 않는 다른 물고기들과의 삶이 고통일 뿐이다" 이야기는 이란의 마을 파스 사아닷에 사는 열여섯 살 소녀, 세피데 후샤르에게서 시작된다. 셰피데는 마을의 선생님 카비리가 이끄는 천문학동아리의 열성 멤버인데, 또래의 여자애들답지 않게 일찍부터 ‘천문학’과 ‘우주’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언젠가 존경하는 이란의 여성 우주인 아누셰흐 안사리처럼 되기 위해, 그녀는 2500년 전 부서진 키루스 대왕의 무덤을 탐색한다. 그곳에서 별의 운행을 관찰했을 옛 사람들을 상상하고, 대화하며, 셰피데는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 뉴턴, 케플러 아인슈타인에 지지 않는 ..

피움뷰어 2014.10.16

[가볍게, 더 높이] 자유를 향해, 가볍게 더 높이

자유를 향해, 가볍게 더 높이 - 다큐멘터리 - '보편적인' 권투선수 이야기? 영화를 보기 얼마 전, 공교롭게도 김언수의 단편소설 ‘잽’을 읽었다. 이 영화와 마찬가지로 소설 또한 주인공이 권투를 한다. 부조리한 세상에 불만을 느끼던 주인공이 선생님과의 충돌을 계기로 권투를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 소설의 주요 줄거리다. 비슷한 주제의 다른 소설들과 달리, ‘잽’은 후반부에 나름의 반전을 준비한다. 하지만, 주인공이 특정한 계기로 운동에 빠져들고, 그 과정에서 성장과 동시에 봉착한 문제를 해결해내는 줄거리의 뼈대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에는 그 책을 보편적인 스포츠 소설이자 성장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를 본 뒤, 다른 생각이 들었다. 과연 그 소설은 보편적인 이야기일까? 누가 ..

피움뷰어 2014.10.16

[달팽이] 우리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 애니메이션 - 올해 4월 개봉해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영화 를 나는 얼마 전에야 보았다. 대학 입학 후부터 의 주인공인 천우희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그녀의 연기가 궁금했고,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라는 단 한 마디의 말만 써 있는 포스터로는 알 수 없는 내용이라 속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렇게 마주한 진실은 처참했다. 애니메이션 를 만나다 영화 처럼 폭력을 다룬 영화를 몇 편 보아왔는데, 구체적인 사건의 과정과 인물들의 심리를 보여주는 다른 감독들과는 달리 사건이 종결된 후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어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는 고등학생인 두 친구에 대한 이야기이다. 매니큐어를 바르는 것이 취미인..

피움뷰어 2014.10.14

[가볍게, 더 높이] ‘나’로서 살아간다는 것

‘나’로서 살아간다는 것 - 다큐멘터리 - 링 안에서 그녀는 주먹을 쥔다. 쉼 없이 발을 구르고, 눈은 날카롭게 목표물을 응시한다. 가볍게 뛰어 오르는 순간, 그녀는 높게 팔을 뻗는다. 그녀를 가로막는 링 밖의 세상을 향해! 밑바닥의 삶 속에서 그녀의 집에 사는 새는 바닥을 서성이기만 한다. 새장 안에 가둬두지도 않고, 줄을 묶어 매달아 놓은 것도 아닌데, 양 날개가 꺾인 것처럼 그저 바닥을 전전할 뿐이다. 마치 발에 붙은 바닥이 자신이 사는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가장 밑바닥에서 전전해야 하는, 달릿들처럼. 인도의 한 소녀, 뚤라시(Thulasi). 그녀의 이름은 ‘뚤라시’지만 그녀를 가장 처음 설명해주는 것은 이름이 아닌, 그녀가 가지고 있는 ‘신분’이다. 인도에서 ..

피움뷰어 2014.10.13

[외모등급] 미모강권사회에서 “렛미아웃”을 외치다

미모강권사회에서 “렛미아웃”을 외치다 - -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 1989년 개봉한 후부터 최근까지, 높은 성적을 강요하는 이 사회를 향해 청춘들은 이렇게 외쳤다. 하지만 요즘에는 다른 대사가 필요한 듯 하다. 그리고 영화 ‘외모 등급’이 그 대사를 더 억울하고 절규 섞인 어조로 말한다. “행복은 외모 순이 아니잖아요?” 라고. 외모 등급이 내신에 반영되기 시작한다! 영화 속 유림의 짝꿍이 유림에게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고 한다. 하지만 유림은 단호한 말과 표정으로 시간이 없다며 거절한다. 성적 1등 다운 태도다. 얼굴 또한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부만 할 것 같은’ 인상이다. 이와 극명히 대비되는 예쁜 얼굴의 2등 민화는 이런 유림을 질투한다.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야? 공부 좀 살살해..

피움뷰어 2014.10.13

[춤추는 별자리] 평범한, 그래서 더 특별한 댄서들의 이야기

평범한, 그래서 더 특별한 댄서들의 이야기 - 다큐멘터리 -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장애자’는 장애를 가진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고, ‘장애우’는 장애를 가진 사람을 모두 친구라고 낮춰 부르는 말이라 바람직하지 않다고. 그래서 ‘장애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대부분 이렇게 배웠을 것이다. 이것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들의 입장에서 최대한 배려한다고 느낀다. 필자 역시도 장애를 가진 사람을 일컫는 가장 올바른 표현을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평상시에도 그들에게 어떠한 차별이나 편견 없이 대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에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장애인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는 날카로운 한마디를 부딪히는 영화, 를 만나게 되었다. 이..

피움뷰어 2014.10.13